고등학생 1명 또 목숨 끊어
“2년째 맞고 산다” 친구와 문자
경찰, 축구동아리 괴롭힘 조사
“2년째 맞고 산다” 친구와 문자
경찰, 축구동아리 괴롭힘 조사
대구에서 고교생이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숨지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이후 10번째 투신 사건이다.
지난 2일 저녁 7시15분께 대구 수성구 ㅎ아파트 화단에서 고교생 김아무개(16·대구 ㅅ고 1년)군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은 김군이 이날 방과 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이웃 ㅎ아파트 15층으로 올라가 몸을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군은 숨진 당일 카카오톡으로 자신이 2년 동안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군은 온라인 게임 동호회 친구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2년째 맞고 산다. 더이상 못견디겠다. 미치겠다”고 토로했다. 김군은 “이 세상에서 나란 존재가 없어질듯”이라며 자살을 암시했다.
경찰과 김군 가족의 말을 종합하면, 김군은 2년여 전부터 축구동아리 회원들한테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김군은 지난 1월 축구동아리에서 누군가에게 맞아 고막이 터지는 상처를 입었으나, 김군의 부모가 이 사실을 알고 가해자에게 치료비를 받는 선에서 해결했다. 김군이 당시 작성해놓은 유서 형식의 메모에서 “어떤 나쁜 녀석에게 조금만 잘못해도 맞고 시키는 대로 다 했어요.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어요. 엄마 죄송하고 사랑해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축구를 좋아한 김군은 ㅈ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축구동아리 활동을 했으며, 회원들은 중학교 동창생들을 중심으로 20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카카오톡 대화 상대방, 축구동아리 회원, 같은 반 친구 등을 상대로 김군의 정확한 투신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9명의 중·고교생이 투신해 이 가운데 7명이 숨진 바 있다. 대구/구대선, 이정국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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