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실에서 ‘교회 의혹 진상조사 특별위원회’가 중간보고를 끝낸 직후, 한 장로가 장로회실을 나서고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순복음교회 특위 보고…헐값 주식 사게 하는 방식
“윗분 지시 거부 못해”…검찰 수사 영향 미칠듯
“윗분 지시 거부 못해”…검찰 수사 영향 미칠듯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자체적으로 구성한 ‘교회 의혹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진상조사특위)에서 조용기 원로목사와 그의 아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의 배임 혐의를 일부 확인했다고 발표하면서, 이 조사 결과가 교회 내부와 검찰 수사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27일 진상조사특위와 조 목사를 고발한 장로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배임 사건은 지난 2000년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 운영하던 회사가 국민일보 평생독자기금 약 200억원을 투자했다가 대부분 손해를 본 일에서 시작한다. 같은해 조 전 회장은 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여의도순복음교회 관리업체 ㈜아이서비스의 주식을 발행했다. 조 전 회장은 1주당 10원에 불과한 이 주식 30만주를 ㈜국민일보판매에 고가에 팔아 약 20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남겼다. 이 주식은 페이퍼컴퍼니인 경천인터내셔널 등을 거쳐 조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영산문화재단으로 넘어갔다. 2002년 영산문화재단은 이 주식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소유하고 있던 202억원짜리 영산아트홀과 맞바꿨다. 결국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가격이 부풀려진 주식을 사들인 셈이며, 이밖에 조 전 회장으로부터 자산이 없는 회사의 채권을 49억원에 매입하고 증여세까지 물게 되면서 교회 쪽이 모두 305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보게 됐다는 게 진상조사특위의 설명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지난 2000년 조 전 회장이 소유한 ㈜맥기술투자 벤처투자조합에 헌금 30억원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사건도 절차상 문제가 많았고 조 목사 일가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 진상조사특위가 내린 중간 결론이다. 진상조사특위는 “교회 의결기구인 당회에 투자 여부를 묻는 절차도 없었다”며 “사건 당사자 7명을 불러 확인한 결과 한결같이 ‘윗분(조 목사)이 지시하면 거부할 수 없었다. 조 회장으로부터 투자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시인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특위는 지난해 9월 조 목사 등을 고소한 장로들을 배제한 채 12명의 장로들로 구성됐다. 이런 공식기구에서 이날 발표와 같은 조사 결과를 내놨다는 것은 교회 안에서 조 목사 일가의 권위가 이미 바닥에 떨어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6일에는 조 목사와 조 전 회장을 고발한 장로 3명에 대한 제명 안건이 당기위원회에 상정됐으나 대다수 장로들의 반대로 곧바로 부결됐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는 “교인들이 피땀 흘려 세운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 받도록 한 조 목사 일가의 비리를 이제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조사 결과 발표와 제명안 부결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장로기도회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김상준 진상조사특위 공동위원장은 “심히 참담하고 형용할 수 없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모든 의혹에 마침표를 찍지 않고는 교회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는 일념으로 조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교회 진상조사특위의 조사 결과는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 목사와 조 전 <국민일보> 회장 배임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박규은)에서 수사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자료가 제출된다면 수사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김태규 기자 watchdog@hani.co.kr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이 주일을 맞아 교회를 찾은 교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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