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쌩얼로 다닐 수밖에 없는 박지선의 사연

등록 2012-05-11 19:47수정 2020-11-03 10:57

[토요판] 김두식의 고백
개그우먼 박지선
(※클릭하면 이미지가 확대됩니다.)

짝사랑 전문 생얼의 운명, 그래도 내가 참 좋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연예인의 화끈한 이야기로 지난 ‘고백’의 무거운 분위기를 한번 털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섭외가 쉽지 않았습니다. 기획사와 매니저의 장벽을 뚫고 겨우 연락이 닿아도, <한겨레>와 ‘고백’ 모두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예인은 여러모로 ‘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인 것 같았습니다.

“박지선이 한대요!” 토요판 최우리 기자에게 문자를 받았을 때 저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고교생 딸에게 자랑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인터뷰가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진촬영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를 듣고 지선씨가 난색을 표했다는 겁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전 국민이 아는 얼굴인데, 사진 찍기 싫다고 인터뷰를 취소하다니. 소문대로 연예인들은 모두 왕자, 공주인가 싶었습니다. 다행히 최 기자가 “사진 찍기를 왜 싫어하는지 듣고 싶다”는 수정 제안을 하자, “한번 해보겠다”는 조심스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난생처음 연예인을 만나러 가는 저의 마음은 ‘좀 다른 세상’을 접하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막상 직접 대면하자 지선씨는 의외로 선선하게 사진촬영에 응했습니다. 10분이 지난 후에는 편한 동생 같았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피부병…양산을 쓰고 웃기다

-인터뷰하러 오기 전에는 뭘 하셨어요?

“평소처럼 <개그콘서트> 검사받고 아이디어 회의 하고 왔어요. 개콘 생활은 학교나 회사를 다니는 것과 똑같아요. 매일 출근해서 아이디어 회의 하고 녹화하고 리뷰하고.”

-연예인이 사진촬영을 피한다는 게 의외입니다.

“멀리서 찍는 거나 동영상은 괜찮은데 사진 찍는다고 ‘이제 찍어요, 지선씨 포즈!’ 그러면 얼어버려요. 사람 만나서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도 사진 찍는 게 부담스러워서 그동안 인터뷰도 많이 안 했어요. 트위터 프로필에도 사진 대신 그림을 쓰잖아요. 유희열 오빠 팬이 그려준 건데 어떤 사진보다도 저를 잘 표현해서 누가 사진 달라고 하면 그걸 드리고 싶어요.(웃음)”

-2010년 한국방송 연예대상을 타고는 “오늘도 생얼인데, 얼굴 이상하지 않냐?”며 펑펑 우셨죠. 굉장한 자신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생얼은 자신감이 아니라 피부 때문이에요. 제가 고2 겨울방학 때 피부과에서 여드름 진단을 받았어요. 공부할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아 피부를 단기간에 여러번 벗겨내는 시술을 했는데 그때 피부가 완전히 뒤집어졌죠. 여드름치고는 너무 가려웠던 걸 보면 오진이었던 것 같아요. 아프고 붓고 진물 나서 휴학을 해야 할 지경이었죠. 휴학기록이 남으면 인생에 불리하다는 선생님의 조언으로 아침에 잠깐 학교에 나갔다가 매일 조퇴하는 생활을 6개월 했어요. 공부는 친구들 노트로 했죠. 잠을 잘 때도 긁으면 피가 나니까 손발을 운동화 끈으로 묶고 잤어요. 여기를 보세요. (자신의 어깨를 직접 만지게 하면서) 지금도 어깨를 움직이면 뚝뚝 소리가 나요. 공기 좋은 곳에서 쉬니까 외관상으로는 좋아졌지만 그때 이후론 스킨로션도 못 바르죠. 보호막이 없는 피부랄까.”

-대학 때 휴학한 것도 피부 때문이었나요?

“대학에 오니 화장하고 꾸민 애들이 부러운 거예요. 스킨로션을 한번 발랐다가 피부가 다시 뒤집어졌죠. 아예 뿌리를 뽑아보자고 체질개선을 시도했는데 온몸으로 번지고 오히려 더 나빠지기만 했어요. 재발이라 치료도 힘들었고, 결국 1년을 휴학했죠.”

-휴학 기간에는 뭘 하고 지냈어요?

“잊고 살려고 해서 그때 기억은 잘 안 나요. 상태가 안 좋았죠. 주로 친구들에게 편지 쓰거나 텔레비전을 봤어요. 사람들이 제 얼굴 보면 깜짝 놀라니 밖에 나갈 수도 없었죠.”

-그런 약점을 안고 연예인이 되기로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아프고 난 다음부터는 다시 태어나서 덤으로 얻은 삶이라 생각해요.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사범대를 다니던 제가 개그맨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으신 것도 그런 경험 때문이었을 거예요. 집 밖에도 못 나가던 애가 텔레비전에 나온다고 하니 마냥 좋으셨던 거죠.”

-피부 때문에 일찍이 달관한 거군요?

“실연을 겪은 사람들을 제가 무척 좋아해요. 아픔을 겪고 나면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지죠. 오늘부터 새로 얻은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행복해져요. 제가 피부 이야기만 나오면 우는데, 친구라면 죽고 못 살던 애가 이름도 모르는 피부병에 걸려서…(잠시 눈물) 하지만 제가 얘기한 적이 없어서 친구들은 왜 휴학했는지도 몰랐어요. 햇볕 알레르기도 있었지만 양산을 쓰고 다니면서 숨겼거든요. 일부러 추리닝에 레이스 양산을 쓰고 다녀서 친구들을 웃기곤 했죠. 그런데 개그맨 되면서는 계속 숨기고 살 수가 없었어요. 분장을 안 하면 게으르고 나태한 애처럼 보이니까요. 다른 직업이면 벽에 안 부딪히고 살았을 텐데, 분장이 필요한 분야에 뛰어든 걸 보면 제가 특이하기는 하죠?”

1984년생인 박지선은 고려대 교육학과 4학년 재학중 한국방송 22기 공채 개그맨에 합격했습니다. 상투적이긴 하지만 교사를 꿈꾸던 사범대생이 개그우먼으로 진로를 전환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학생 때 소풍을 주름잡는 것쯤은 기본이 아니었을까.

“소풍 가서 마이크 잡고 친구들 웃기는 그런 애는 아니었어요. 그냥 시키는 공부 열심히 하고, 가끔 같은 반의 친구 서너명을 웃기는 수준이었죠. 초등학교 때는 완전 내성적이었는데, 중학교 때부터 활발해졌어요. 학급 서기를 맡아 칠판에 뭘 쓰다가 뒤를 딱 돌아보는데 (눈빛 돌리는 연기를 하며) ‘어? 주목받는 게 나쁘지 않네?’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다수 앞에 서는 것이 좋아서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먹었죠. 대학 때 수업 시연을 해도 다른 애들은 교수님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하는데 저는 또래 대학생들을 어떻게 웃길지만 생각했어요. 교수님들도 ‘너는 그냥 개그맨 해’ 하실 때가 많았죠. 점수는 잘 안 나왔고요.(웃음) 대학 4학년 때 임용고시 공부하러 노량진에 갔지만, 한달 지나니 답답하고 숨이 막혀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건 도대체 뭐지?’ 생각해보니 학교 다니며 친구들 서너명을 웃길 때의 희열이 떠오르더군요. 마침 그 무렵 한국방송 개그맨 모집 공지가 떴어요.”

평소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다는 박씨는 인터뷰어가 김두식(오른쪽) 교수여서 응했다고 말했다.
평소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다는 박씨는 인터뷰어가 김두식(오른쪽) 교수여서 응했다고 말했다.

여드름·햇빛 알레르기에 피부 발칵

대학때 화장한 친구들 부러워

스킨로션 발랐다가 또 발칵

사진 찍기 싫어서 인터뷰 안해요

주목받는 게 좋아 선생 되려다

임용고시 공부 숨막혀 포기

개그맨 시험도 실수 연발했지만

‘저거 똘아이’라며 뽑았다죠?

제 비주얼의 8할은 할머니의 엉덩이에서…

-어렵다는 개그맨 시험을 한번에 붙었죠.

“1차 시험에 가보니 다른 응시자들은 할머니 분장을 하고 도우미도 데려오고. 근데 저는 대본 하나 써서 들어갔어요. 등장인물이 12명인 ‘오지랖 넓은 여자’라는 대본이었는데 그걸 그대로 해보라고 하더군요. ‘이걸요? 지금 연기를 하라고요?’ 하고 제가 물으니, 다들 ‘저거 똘아이 아닌가, 공부하다 미쳐서 왔나보다’ 생각하셨대요. 연기하다 중간에 ‘아이고, 못하겠어요’ 그랬는데도 1차를 통과했어요. 뽑아주신 분들이 ‘쟤는 모 아니면 도다’ 그러셨대요. 2차 때는 임용고시 공부하던 친구를 ‘여의도에 맛집이 있다’고 꼬셔서 상대역을 맡겼죠. 친구에게 대본을 주니 ‘내가 이걸 어떻게 하냐?’고 펄쩍 뛰는데, 제가 ‘바보야, 너는 어차피 감독님, 국장님들 다시 안 볼 거잖아’ 하고 안심을 시켰어요. 근데 얘가 현장에서 너무 잘하는 거예요. 그래서 시험 도중에 뚝 끊고 ‘너가 이렇게 잘하면 어떻게 해? 내 인생 망칠 거냐?’ 그랬더니 다들 웃으셨어요. 설정인 줄 알았던 거죠. 개그맨 선배들이 지금도 ‘심슨(친구 별명)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물어요. 심슨은 선생님으로 잘 살고 있죠.(웃음)”

-‘멋쟁이 희극인(@gagjidol)’ 박지선의 트위터 팔로어는 48만명이 넘습니다. 대단한 인기입니다. 주로 가족과 일상을 소재로 한 우스개를 올리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얼마 전까지 스마트폰이 없어서 아버지 걸 빌려 트위터를 했어요. 집에서만 하다 보니 자연히 눈에 띄는 가족들 얘기를 올리게 됐죠. 트위터는 보수를 받고 하는 게 아니라서 재밌어요. 초기에는 ‘트위터 하지 말고 우리 매체에 글을 쓰면 돈을 주겠다’라든지 ‘우리 제품 얘기를 넣어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부담스러워서 안 했죠. 트위터에는 온전히 제 이야기만 쓰고 싶어서요.”

-“버스 창밖으론 봄비가 내리고 라디오에선 분위기 있는 재즈 선율이 흘러나와 기사님께 아메리카노 주문할 뻔했다”는 트위트 보고 많이 웃었습니다. 실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나요? 사람들이 알아보면 불편할 텐데요.

“버스 자주 타요. 종점에서 타기 때문에 항상 기사님 바로 뒷자리에 앉죠. 저만의 자리인 셈이에요. 거기 앉으면 꼭 택시를 탄 것 같거든요. 남들도 알아보지 못하고요. 물론 누가 알아봐도 괜찮아요. 어느 날은 버스 타는데 기사님이 ‘어이, 박지선씨’ 하며 저를 알아보시고, 그 뒤부터 버스 타는 사람마다 저를 보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이상해서 음악 듣던 이어폰을 빼보니, 손님 탈 때마다 기사님이 저를 살짝 가리키며 (속삭이는 목소리로) ‘여기 지선씨 탔어, 박지선’ 하고 계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거의 모든 승객들과 인사를 했는데 상관없었어요. 버스는 지하철보다 독립적이고 개인적이에요. 지하철은 마주보며 서로의 행동을 관찰하지만, 버스는 다들 앞만 보고 주변에 신경을 안 쓰죠.”

-뛰어난 관찰력이네요.

“관찰력은 개그맨의 기본 덕목이에요. 일상에서 소재를 찾아야 하거든요. 주변 개그맨들을 보면 머리가 엄청 비상하고 창의력이 넘치는 똘똘한 사람들이에요. 끊임없이 관객의 반응을 살피며 관객과 나, 나와 다른 연기자 사이의 호흡을 맞춰야 하니까요.”

데뷔 이후 박지선은 <개콘>의 ‘조선왕조부록’ ‘봉숭아학당’ ‘솔로천국 커플지옥’ 등 다양한 코너에서 주로 못생긴 젊은 여성의 비애를 연기하여 대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불편한 진실’에서 노년의 어머니 역을 맡고 있습니다. 노인 연기가 자연스러운 비결을 물었습니다.

“태어나서 고3 때 할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18년 동안 할머니와 한방을 썼어요. 손녀라기보다는 룸메이트였죠. 할머니는 침대를 쓰시고 저는 바닥을 쓰는데, 거동이 불편하실 때는 바로 제 얼굴에 넘어지기도 하셨어요. 제 비주얼의 8할은 할머니 엉덩이가 만들어주셨죠.(웃음) 다투기도 많이 다투고 좋은 일도 많았어요. 할머니께서 평소 ‘나 죽거든 서랍 속에 치부책을 열어봐라. 그러면 니가 눈물이 아주 쏙 빠질 거다’라고 하셨는데, 할머니 돌아가시고 찾아보니 진짜로 ‘애비가 만두을 사완은데 지선이가 다 빼서 머것다. 써글연(아비가 만두를 사왔는데 지선이가 다 뺏어 먹었다, 썩을 년)’ 같은 내용이 잔뜩 적혀 있었어요. 뭔가 감동적인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저랑 다툰 내용만 적어두신 거죠.(웃음) <해피투게더>에 나가 그 사연을 소개한 다음 쉬는 시간에 울컥해서 울었어요. 개그맨 되기 전에 제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분이 할머니예요. 지금도 오빠랑은 (할머니 목소리로) ‘지선아, 물 좀 떠다 다와(다오)’ 흉내 내고, 엄마랑도 ‘에미야~’ 부르면서 장난을 치죠. 분장을 못 하고 표정과 말투로만 연기해야 하는 제 입장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는 사랑받기 원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심술궂고 의심 많은 선생님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습니다. 본인과 닮은점이 있나요?

“처음 김병욱 감독님 연락을 받았을 때는 장난인 줄 알았어요. 개그맨들끼리 그런 장난 많이 치거든요. 그런데 진짜였어요. 제가 화장을 못 한다고 말씀드렸는데도 감독님은 ‘괜찮아, 예쁜 역할도 아니니’ 하셨어요. 하지만 햇볕 알레르기 때문에 야외 촬영도 어렵다고 말씀드리니 ‘그건 좀 곤란한데?’ 하시더군요. 제가 버라이어티 조명만 받아도 얼굴이 빨개지거든요. ‘감독님 만난 것만도 영광으로 생각해야겠다’고 마음을 접었는데 다시 연락이 와서는 ‘그럼 햇볕 알레르기 있는 캐릭터를 하자. 차양을 하고 모자를 써. 최대한 밤 신으로 빼줄게’ 하시더군요. 제 상태가 그대로 캐릭터에 투영된 거죠. 그러나 저라면 늘 ‘미안해, 미안해, 차양을 쳐야 하는데 내가 할게’라고 했을 텐데, 극중의 박지선은 (까칠하게) ‘차양 좀 쳐 줄래요? 햇볕 알레르기가 있어서’라고 말하죠. 저랑은 정반대예요. 얘는 왜 이러나 이해가 안 됐는데, 윤지(친구인 탤런트 이윤지)가 ‘까탈스러운 애, 나쁜 애라고 생각하지 말고, 알레르기를 훈장처럼 자랑스러워하는 세련된 여자라고 생각하면 쉬울 거야’라고 조언하더군요. 그 뒤부터는 괜찮았어요.”

세계 최초 민낯연예인이 되는 성과 이룸. 2. 고3 가을 할머니의 치부책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상속받음. 3. 2007년 한국방송(KBS) 22기 공채 개그맨 합격. 세상에서 가장 비상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과 동료가 되는 기쁨을 맛봄. 4. 2009년 봄 희열 오빠와 함께 유희열의 스케치북 진행. 옴파탈과 팜파탈의 역사적인 만남. 5. 2011년 여름 내가 연기를 하게 될 줄이야. 하이킥을 하게 될 줄이야. 키스신을 찍게 될 줄이야. 6. 2012년 현재 타임라인 작성하며 그 흔한 연애 이야기 하나 없는 나 자신을 질책 중. (친구 가수 박원이 그려줌)
세계 최초 민낯연예인이 되는 성과 이룸. 2. 고3 가을 할머니의 치부책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상속받음. 3. 2007년 한국방송(KBS) 22기 공채 개그맨 합격. 세상에서 가장 비상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과 동료가 되는 기쁨을 맛봄. 4. 2009년 봄 희열 오빠와 함께 유희열의 스케치북 진행. 옴파탈과 팜파탈의 역사적인 만남. 5. 2011년 여름 내가 연기를 하게 될 줄이야. 하이킥을 하게 될 줄이야. 키스신을 찍게 될 줄이야. 6. 2012년 현재 타임라인 작성하며 그 흔한 연애 이야기 하나 없는 나 자신을 질책 중. (친구 가수 박원이 그려줌)

‘하이킥’ 박 선생처럼 깜짝 고백을 듣는다면

-<하이킥>에서처럼 돌발적인 사랑 고백을 받는다면?

“되게 당황할 것 같아요. 연애를 한번도 못 해본 게 저의 가장 큰 약점이에요. 저는 짝사랑 전문이거든요. 너무 편하게 대해서 그런가, 누구하고나 친구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이제는 재지 말고 소개팅이든 선이든 막 만나보려고 해요. 저 좋다는 사람이 있겠죠?”

-물론이죠, 외모지상주의의 방송 분위기에서도 최고가 됐잖아요?

“저는 늘 상황을 긍정적으로 봐요. 제가 국민 못난이 같은 외모지만, ‘지선아, 네가 너무 부럽다’는 예쁜 개그우먼들이 많아요. 저는 나가서 씩 웃기만 해도 사람들이 따라 웃잖아요. 여기도 한번 만져보세요. (자신의 뒤통수를 직접 만지게 하면서) 납작해요. 그걸 안 개그맨 선배들은 ‘너는 정말 모든 걸 다 가졌구나’ 그러세요.(웃음) 우리 (개그맨) 사회는요, 바깥 사회랑 달라요. 예쁘면 좋은 것도 있겠지만, 저는… 그냥 제가 좋아요.”

-개콘의 동료들이 실제로는 무시무시한 경쟁자들 아닌가요?

“그렇긴 하죠. 임용고시 공부할 때 재미없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친한 친구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여기 왔더니 더 심한 거예요. 압박감이 없지는 않지만 맨날 하는 일인데 즐겨야죠.”

-언제 제일 행복합니까?

“개콘 무대에서 빵 터뜨렸을 때는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죠.”

인터뷰가 아니라 잘 짜인 한편의 공연을 본 느낌이었습니다. 그의 풍부한 손짓과 성대 변화를 지면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러나 공연, 아니 인터뷰 도중의 박지선은 잘 웃지 않았습니다. 웃음은 순전히 동석한 최 기자와 저의 몫이었습니다. 개콘에서 청중의 반응을 초 단위로 살펴 호흡을 조절하듯이, 박지선은 최 기자와 저의 반응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남을 웃기면서도 자기는 웃을 수 없는 게 ‘멋쟁이 희극인’의 삶이었습니다. 협동과 배려가 몸에 밴 낙관적인 태도 뒤편으로는 언뜻 외로움의 그림자도 비쳤습니다. “무릎팍도사, 승승장구, 힐링캠프 녹화를 끝낸 느낌이에요. 두식 오빠 퐈이튕!” 인터뷰 직후 지선씨의 문자를 받고는 ‘좀 다른 세상’에 친구가 생긴 것 같아 금방 우쭐해졌습니다. 세시간 만에 바뀐 얄팍한 제 마음에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1. 고2 겨울 많이 아팠고 이로 인해 나는 국내 최초
1. 고2 겨울 많이 아팠고 이로 인해 나는 국내 최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영상] ‘체포 명단 폭로’ 홍장원 인사에 윤석열 고개 ‘홱’…증언엔 ‘피식’ 1.

[영상] ‘체포 명단 폭로’ 홍장원 인사에 윤석열 고개 ‘홱’…증언엔 ‘피식’

“선관위 군 투입 지시” 시인한 윤석열…“아무 일 안 일어나” 궤변 2.

“선관위 군 투입 지시” 시인한 윤석열…“아무 일 안 일어나” 궤변

이재명, ‘허위사실 공표죄’ 선거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3.

이재명, ‘허위사실 공표죄’ 선거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구준엽 통곡에 가슴 찢어져”…눈감은 아내에게 마지막 인사 4.

“구준엽 통곡에 가슴 찢어져”…눈감은 아내에게 마지막 인사

[영상] 윤석열 ‘의원체포 지시 전화’ 증언 마친 홍장원 “토씨까지 기억” 5.

[영상] 윤석열 ‘의원체포 지시 전화’ 증언 마친 홍장원 “토씨까지 기억”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