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수입품 대체 원단 개발
“소파 당 3천원만 더 들여도…” 극장 등 다중시설 이미 보급
영세 노래방 등은 사각지대 “벽지·천장은 방염 의무화
정작 중요한 소파는 왜…” “방염 소파라는 게 있었어요?” 서울 서초구 강남역 근처 한 대형 노래방의 임아무개(36) 점장은 ‘방염 소파’(<한겨레> 5월9일치 12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불에 잘 타지 않고 연기도 덜 나는 방염소파는 화재 때 일반 소파에 비해 3~5분 정도의 대피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래방 화재 피해의 주범인 소파의 방염처리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 점장이 일하는 434㎡ 면적의 노래방에는 방이 18개 있다. 방마다 인조가죽 소파가 놓여 있다. 인조가죽에 불이 붙으면 일반 직물보다 유독가스와 연기가 더 많이 발생한다. 그렇잖아도 지난 5일 부산 서면 노래주점 화재사건 이후 임 점장은 안전대책을 찾고 있었다. <한겨레> 보도 내용을 알게 된 그는 “방염 소파로 교체하는 방안을 알아보자고 본사에 제안해야겠다”고 말했다. 근처 또다른 대형 노래방도 인조가죽 소파를 쓰고 있었다. 박아무개(34) 매니저는 “부산 노래주점 화재 사건 이후 나부터 겁난다”며 “방염 소파의 가격이 낮아지고 디자인이 개선된다면 바꿔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 노래방의 이아무개 실장도 “방염 소파가 3~5분 정도 대피할 시간을 벌어준다면 비용 지불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9일 <한겨레>가 서울시내 대형 노래방들을 취재한 결과, 노래방 업주들은 방염 소파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관련 규정상 “(방염 소파·의자 설치를) 권장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소방당국이 권고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노래방과 비교되는 것은 극장 시설이다. 노래방과 마찬가지로 ‘다중이용업소’에 해당하는 대형 영화관은 1990년대 말부터 자발적으로 방염 의자를 설치했다. 씨지브이(CGV)는 1998년부터, 롯데시네마는 1999년부터 전 좌석에 방염 의자를 설치했다. 씨지브이 관계자는 “방염 원단을 수입해 쓰면 일반 원단보다 의자 1개당 3000~5000원의 추가비용이 들지만, 안전을 위해 일찍부터 방염 의자를 들였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래방 업주들이 방염 소파를 꺼린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안전 측면에선 방염 소파가 바람직하지만 그 비용을 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므로 국민적 공감대부터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근처에서 방 4개짜리 작은 노래방을 운영하는 조아무개(55)씨는 “몇년 전 화재 예방 방송 시스템 설치에 100만원, 나무 문 방염 처리에 250만원을 들였는데, 또 방염 소파를 설치하라고 하면 빚내서 할 수밖에 없다”며 짜증을 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값비싼 수입품을 대체할 국산 방염 원단이 이미 개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 청원에 있는 ㅇ업체는 방염 인조가죽으로 정부 인증을 받았다. 노래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인조가죽 소파를 방염 소파로 대체할 능력을 갖고 있다. 이 업체는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2년간 연구 끝에 2009년 방염 원단을 개발했다. 가격도 수입품의 절반 이하로 낮췄다. 그러나 국내에선 수요가 거의 없어 수출품만 생산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노래방 벽지나 천장 마감재 등도 처음엔 방염 처리 대상이 아니었지만, 대형 화재사건 이후 속속 의무규정으로 바뀌었다”며 “그런데 가장 중요한 소파가 (방염 처리 의무화에서) 왜 빠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소파·의자용 방염 직물의 제품승인을 받은 국내 업체가 7곳 더 있다. 방염 원단을 사용하지 않고, 기존 직물에 방염 처리를 하는 저렴한 방법도 있다. 경기도 고양시 ㅇ소파공장의 김오석(54) 대표는 “어떤 천이든 가져오면 방염 처리를 해서 디자인과 색의 변화 없이 방염 소파를 만들 수 있고, 소파 하나당 3000원만 더 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방염업체 관계자는 “비용 부담을 감수할 여력이 되는 동시에 화재가 나면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대형 노래방부터 방염 소파 의무화를 적용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김지훈 이경미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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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당 3천원만 더 들여도…” 극장 등 다중시설 이미 보급
영세 노래방 등은 사각지대 “벽지·천장은 방염 의무화
정작 중요한 소파는 왜…” “방염 소파라는 게 있었어요?” 서울 서초구 강남역 근처 한 대형 노래방의 임아무개(36) 점장은 ‘방염 소파’(<한겨레> 5월9일치 12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불에 잘 타지 않고 연기도 덜 나는 방염소파는 화재 때 일반 소파에 비해 3~5분 정도의 대피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래방 화재 피해의 주범인 소파의 방염처리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 점장이 일하는 434㎡ 면적의 노래방에는 방이 18개 있다. 방마다 인조가죽 소파가 놓여 있다. 인조가죽에 불이 붙으면 일반 직물보다 유독가스와 연기가 더 많이 발생한다. 그렇잖아도 지난 5일 부산 서면 노래주점 화재사건 이후 임 점장은 안전대책을 찾고 있었다. <한겨레> 보도 내용을 알게 된 그는 “방염 소파로 교체하는 방안을 알아보자고 본사에 제안해야겠다”고 말했다. 근처 또다른 대형 노래방도 인조가죽 소파를 쓰고 있었다. 박아무개(34) 매니저는 “부산 노래주점 화재 사건 이후 나부터 겁난다”며 “방염 소파의 가격이 낮아지고 디자인이 개선된다면 바꿔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 노래방의 이아무개 실장도 “방염 소파가 3~5분 정도 대피할 시간을 벌어준다면 비용 지불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9일 <한겨레>가 서울시내 대형 노래방들을 취재한 결과, 노래방 업주들은 방염 소파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관련 규정상 “(방염 소파·의자 설치를) 권장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소방당국이 권고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노래방과 비교되는 것은 극장 시설이다. 노래방과 마찬가지로 ‘다중이용업소’에 해당하는 대형 영화관은 1990년대 말부터 자발적으로 방염 의자를 설치했다. 씨지브이(CGV)는 1998년부터, 롯데시네마는 1999년부터 전 좌석에 방염 의자를 설치했다. 씨지브이 관계자는 “방염 원단을 수입해 쓰면 일반 원단보다 의자 1개당 3000~5000원의 추가비용이 들지만, 안전을 위해 일찍부터 방염 의자를 들였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래방 업주들이 방염 소파를 꺼린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안전 측면에선 방염 소파가 바람직하지만 그 비용을 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므로 국민적 공감대부터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근처에서 방 4개짜리 작은 노래방을 운영하는 조아무개(55)씨는 “몇년 전 화재 예방 방송 시스템 설치에 100만원, 나무 문 방염 처리에 250만원을 들였는데, 또 방염 소파를 설치하라고 하면 빚내서 할 수밖에 없다”며 짜증을 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값비싼 수입품을 대체할 국산 방염 원단이 이미 개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 청원에 있는 ㅇ업체는 방염 인조가죽으로 정부 인증을 받았다. 노래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인조가죽 소파를 방염 소파로 대체할 능력을 갖고 있다. 이 업체는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2년간 연구 끝에 2009년 방염 원단을 개발했다. 가격도 수입품의 절반 이하로 낮췄다. 그러나 국내에선 수요가 거의 없어 수출품만 생산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노래방 벽지나 천장 마감재 등도 처음엔 방염 처리 대상이 아니었지만, 대형 화재사건 이후 속속 의무규정으로 바뀌었다”며 “그런데 가장 중요한 소파가 (방염 처리 의무화에서) 왜 빠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소파·의자용 방염 직물의 제품승인을 받은 국내 업체가 7곳 더 있다. 방염 원단을 사용하지 않고, 기존 직물에 방염 처리를 하는 저렴한 방법도 있다. 경기도 고양시 ㅇ소파공장의 김오석(54) 대표는 “어떤 천이든 가져오면 방염 처리를 해서 디자인과 색의 변화 없이 방염 소파를 만들 수 있고, 소파 하나당 3000원만 더 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방염업체 관계자는 “비용 부담을 감수할 여력이 되는 동시에 화재가 나면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대형 노래방부터 방염 소파 의무화를 적용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김지훈 이경미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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