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교훈 잊었나
지난 5일 화재 참사가 일어난 부산 서면의 ㅅ노래주점에는 모두 26개의 방이 있었다. 스티로폼으로 마감한 벽을 따라 합성섬유로 만든 소파가 방마다 놓여 있었다. 밀폐된 방에서 여가를 즐기던 시민들은 화재 발생 직후 시커먼 연기에 휩싸였다. 9명이 죽고 25명이 다쳤다. 불꽃보다는 연기에 질식해 참변을 당했다. 노래방에서 화재가 일어날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가 일어났다. 192명이 죽고 148명이 다쳤다. 지하철 의자에 옮겨붙은 불꽃이 다량의 연기를 발생시키면서 피해자가 늘었다. 이후 ‘도시철도차량 안전기준 규칙’이 바뀌었다. 지하철 차량 안팎의 각종 시설에는 불에 타지 않는 재료만 쓰도록 했다. 서울메트로(1~4호선)의 경우, 2년여에 걸쳐 1조5000억원을 들여 철·구리·알루미늄·스테인리스·유리 등 불연재로 만든 차량 의자로 모두 교체했다. 다른 도시의 지하철도 비슷한 시기에 시설 교체를 마쳤다.
화재 참사에 대비하는 관점에서 보면, 노래방은 지하철과 닮았다. 여러 사람이 한번에 몰려드는 ‘다중이용시설’이다.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대피가 쉽지 않다. 불꽃이 금세 번져나갈 각종 설비·시설들이 많다. 연기가 빠져나갈 통로는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부산 노래주점 참사를 계기로 지하철에 적용하는 불연시설 기준을 노래방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용균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노래방 화재에서 가장 많은 유독성 연기를 뿜어내는 것이 소파인데, 이를 방염처리하도록 의무화하면 사람이 대피할 수 있는 3~5분가량의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구 확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등 다른 대책도 필요하지만, 소파·테이블 등을 방염처리하는 일부터 서두르는 것이 질식 사망자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소방시설 설치·유지·안전관리법 시행령’을 보면,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침구류·소파·의자 등에 대해 방염처리된 제품을 사용하도록 권장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의무규정이 아니므로 업주 가운데 굳이 불연·방염 제품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다중이용시설의 벽지는 방염처리를 하도록 돼 있지만, 소파 등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민 중 한 사람인 노래방 업주에게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강제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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