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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 도심 살인극…‘카카오톡 잔혹사’

등록 2012-05-01 20:40수정 2012-05-02 10:57

20살 대학생 신촌역 인근 공원서 여러군데 흉기 찔려
용의자와 인터넷 채팅방서 만나 최근 다툼…고교생 2명 검거 1명 도주
컴퓨터 게임 또는 온라인 동호회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잔혹한 살인사건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지난 30일 저녁 8시47분께 서대문구 창천동 바람산 어린이공원에서 대학생 김아무개(20)씨가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에 나선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일, 사건 용의자로 고등학생 이아무개(16)군과 홍아무개(15)양 등 2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김씨와 용의자 이군·홍양 등은 모바일 대화 서비스인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만난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여섯달 전에 만나 알고 지내다가 최근 서로 다툼이 있어 지난 30일 공원에서 직접 만나기로 했고, 이 자리에서 사건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채팅방의 성격에 대한 용의자의 진술이 서로 달라 정확한 범행 동기에 대해선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군·홍양 등은 문제의 채팅방 개설 목적을 두고 ‘음악을 공유하는 곳’이라거나 ‘악령·심령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모임’이라며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숨진 김씨가 평소 컴퓨터 게임을 즐겼던 점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씨의 부모는 경찰에서 “평소 컴퓨터 게임 ‘마비노기’를 좋아하는 아들이 사건 당일 컴퓨터와 캠코더를 가지고 ‘학교에 간다’며 집을 나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마비노기’ 게임을 하며 만난 이의 소개로 문제의 카카오톡 채팅방에 가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비노기’는 여러 사람이 동시 접속해 괴물(몬스터)을 죽이는 온라인 컴퓨터 게임이다.

경찰은 사건 당일 숨진 김씨가 ‘신촌으로 ○○○(카카오톡 아이디)을 만나러 간다’는 문자메시지를 학교 친구에게 보낸 것을 확인하고, 김씨가 가입한 온라인 게임 사이트와 카카오톡 등에서 해당 아이디의 실제 인물을 찾은 끝에 이군 등을 붙잡았다. 또 경찰은 30일 저녁 8시10분께 찍힌 공원 입구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녹화 영상에서 숨진 김씨가 이군과 홍양의 뒤를 따라 공원 입구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도 확인했다. 경찰은 근처 찜질방에 숨어 있던 이군과 홍양을 검거하고, 달아난 또다른 용의자 윤아무개(20)씨를 뒤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숨진 뒤에도 이군과 달아난 윤씨가 계속 시신을 흉기로 찌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원도에 있는 ㄱ대를 다니는 김씨는 지난 27일 밤 12시께 서울 집에 왔다가 30일 오후 3시께 학교에 간다며 집을 나갔다가 저녁 8시47분께 공원을 산책하던 주민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 정아무개(35)씨는 경찰에서 “공원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고, 남자 두 명이 그 옆에 서 있었으며, 한 명은 흉기로 보이는 물건을 들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숨진 김씨가 목과 배 등 여러 곳을 수차례 찔려 일부 장기가 노출될 정도로 큰 상처를 입은 점으로 미뤄,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충신 진명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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