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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빨간날’ 못 쉬는 알바들의 애환

등록 2012-04-30 20:04

노동절 만이라도 소통과 위로를…
그림 전시회로 주민과 소통
성공회대 노숙모임 ‘꿈꾸는 슬리퍼’가 1일 노동절을 맞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역곡역에서 아르바이트를 주제로 한 전시회 ‘빨간날’을 연다. 꿈꾸는 슬리퍼는 학생들이 학교 주변에서 제대로 집을 구할 수 없는 현실이 20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주거·빈곤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보고, 주거권 문제 제기 차원에서 2009년부터 성공회대 교정에서 텐트 생활을 해 왔다.

이날 전시되는 40여점의 그림은 꿈꾸는 슬리퍼가 성공회대 학생들을 상대로 ‘최고·최악의 알바’, ‘불안’, ‘내 가족 같은 알바 이야기’ 등 아르바이트와 관련된 각기 다른 주제를 제시하고 그리게 한 것이다. 그림들은 노동자들이 쉬는 날인 ‘빨간날’에 오히려 쉬지 못하고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알바’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멱살 잡고 싶은 사람 그리기’와 ‘시험기간 시험 잘 봐서 뭐하지’ 등 권위주의와 ‘스펙사회’를 비판한 그림도 함께 선보인다.

꿈꾸는 슬리퍼가 노동절에 서울 근교의 전철역에서 전시회를 여는 이유는 관성적으로 반복되는 노동절 집회나 도심 행진이 일반인들에게 더 이상 의미 있는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꿈꾸는 슬리퍼 회원 류강윤(24·성공회대 사회과학부 4)씨는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동절에도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20대들에게는 빨간날이 쉬는 날이 아니고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날”이라며 “이들의 고충을 직접 얘기해 보고 싶었고,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되는 그림 ‘내 엉덩이에서 손떼, 개자식’은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학생이 성추행당한 슬픈 현실을 그렸고, ‘나는 비서가 아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물·커피 심부름까지 해야 하는 알바생의 처지를 표현했다. ‘내 몸에 무슨 일이’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임상실험 아르바이트를 한 학생의 아픈 현실을 그렸다. 이 학생은 그림에서 “60년 후에 내 몸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돈이 필요해서 한다”고 적어 가슴을 찡하게 했다.

꿈꾸는 슬리퍼 회원 편범삼(21·성공회대 글로컬아이티학과 2)씨는 “학생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지역주민들과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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