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과잉통제 논란’
지하철 삼성역에 못내려 걸어서 출근
지하철 삼성역에 못내려 걸어서 출근
핵안보정상회의 첫째 날인 26일, 손님맞이에 열을 올린 정부와 대학의 과잉 통제 탓에 애꿎은 시민과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2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강연이 열린 서울 캠퍼스만이 아니라 용인 캠퍼스까지 오전 강의를 모두 휴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강연을 현장에서 직접 들은 학생은 주한미국대사관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선정된 700명뿐이었고, 강연에 초대받지 못한 학생들은 개별 강의실에서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강연을 지켜봐야 했다. 외대 관계자는 “용인 캠퍼스에도 강연 참가 학생이 많고, 오바마 대통령의 강의가 (수업보다) 교육적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해 전체 캠퍼스에서 오전 휴강을 했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오바마 대통령 강연을 이유로 27일부터 시작되는 총학생회 선거를 위한 야외 유세도 금지하고 대자보도 철거했다.
핵안보장상회의장인 코엑스와 연결된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 지하철이 정차하지 않고 도로 교통도 통제돼, 출퇴근 시간 회의장 일대에는 교통 대란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지하철 2호선 선릉역과 종합운동장역에는 삼성역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각각 10여대씩 배치됐지만 교통 통제로 차량이 길에 서있다시피 해,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의 줄이 200m나 늘어섰다.
기다리다 못해 삼성역으로 걸어가는 직장인들의 행렬이 이어지자 일부 시민들은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기념 걷기대회가 열린 듯 하다”며 비꼬기도 했다.
회의장 옆의 삼성동 아셈타워로 출근하는 노아무개(35)씨는 “출근시간이 1시간 늦춰졌는데도 회사에 가는 시간이 평소보다 두 배나 걸려 10분 지각했다. 회의장을 경찰이 겹겹이 싸서 보안에는 문제 없을 텐데, 지하철까지 서지 못하게 하는 건 지나친 친절”이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코엑스 전체의 입장이 통제돼 방문객들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홍콩에서 온 30대 부부 여행객은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가려고 했는데 출입을 통제해 당황스러웠다”며 “국제 행사라면 여행객에게도 홍보를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지훈 정환봉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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