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임원·변호사·의사 등
수강생 대부분이 고위층
등록금 800만원 넘어도
“인맥 쌓자” 정원 꽉꽉 차
수강생 대부분이 고위층
등록금 800만원 넘어도
“인맥 쌓자” 정원 꽉꽉 차
‘황금기 사회적 역할과 성 역할’, ‘황금기의 재테크 설계’, ‘여가 진단’.
언뜻 보면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나 은퇴설계 책 제목 같지만, 실제론 한양대가 개설한 ‘제1기 골든라이프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가르치는 과목들이다. 28일 개강하는 이 강의의 교육과정은 건강 체험, 행복 설계, 황금기 설계, 여가 설계, 명사 특강 등으로 채워져 있다.
한양대는 입학 자격을 기업체 임원, 정부 고위 공무원, 금융기관 고위 책임자, 군 장교,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으로 제한했다.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하면 한양대 동문 자격을 준다. 1년 과정에 등록금이 875만원으로 만만치 않지만, 최고경영자 과정을 ‘인맥 형성’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많다 보니, 모집정원 50명을 거의 다 채웠다.
최고경영자 과정에 등록한 출판사 대표 최아무개(52)씨는 “교양 강좌나 150만원짜리 종합건강검진을 받게 해주는 점도 좋지만, 조건이 비슷하고 생각이 비슷한 분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과정을 듣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최고경영자 과정이 짭짤한 돈벌이 수단이 되면서 노후 설계, 바둑, 골프, 부동산 등 취미 생활을 내세운 과정까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존 최고경영자 과정이 입고 있던 경영학·인문학 등의 학문적 외피마저 벗어버리고 노골적으로 영리 추구 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한양대는 ‘골든라이프 최고경영자 과정’에 앞서 ‘부동산 최고경영자 과정’도 2010년 개설했다. 수업의 절반은 부동산 투자, 나머지 절반은 경영·문화·교양 강의를 하는 이 과정은 현재 6기까지 진행했다. 명지대는 다섯달 과정에 등록금 500만원을 받는 ‘글로벌 바둑 최고경영자 과정’을 2010년부터 시작해 현재 4기를 모집중이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프로기사들을 불러 바둑 이론을 강의하고 수강생과 대국도 둔다.
이처럼 사교 생활 성격이 강한 최고경영자 과정이 난립하다 보니 일부에선 과정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골프 최고경영자 과정을 시작한 광운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부 과정 등 7개 과정을 통폐합해 1개 과정으로 줄였다. 광운대 경영대학원의 담당자는 “사회지도층에 인지도를 높이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과정인데 그동안 적자가 누적돼 지난해 말부터 과정을 직영제로 바꾸고 축소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특수교육대학원이 영리 추구 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학문 연구 기관인 대학에서 노후·취미 생활을 함께하는 사교 모임 수준의 과정을 운영하는 것을 보니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