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경영난에 관리인 시켜…1차 실패뒤 당황 CCTV 찍혀 덜미
지난해 11월 양아무개(42)씨는 은행과 지인들로부터 7억5000만원을 빌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사거리 빌딩 4, 5층에 층당 160평 규모로 한우 전문 대형식당을 열었다. 하지만 두달만에 도매업체에 한우대금 1억원이 밀릴 만큼 장사가 되질 않았다. “소형식당은 장사가 잘 안 돼도 1년은 버틸 수 있지만, 대형식당은 3개월 안에도 망할 수 있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양씨는 장사를 계속할 마음을 접었다.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에 골몰하던 양씨의 생각은 자신의 가게를 불태우고 화재보험금을 타자는 데까지 미쳤다. 지난 1월 양씨는 보험설계사인 아내를 통해 매달 200만원을 납입하는 대신 12억원을 보장해주는 화재보험에 들었다. 양 사장은 보험금을 타면 2억원을 주겠다면서 건물에 불을 지르라고 식당 관리이사 김아무개(41)씨를 꼬드겼다.
지난달 6일 새벽 3시. 김씨는 건물 2, 3층 계단의 소파와 벽에 파라핀 기름을 뿌리고 한 시간 뒤에 불이 붙도록 장치를 만들었다. 알리바이를 확보하기 위해 김씨는 양 사장과 함께 노래방으로 가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십여분 만에 불이 나기 시작했고 마침 퇴근하던 2, 3층 횟집 직원이 소화기로 불을 끄면서 피의자들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계획이 실패한 것을 안 김씨는 빌딩으로 들어가 같은 곳에 다시 불을 질렀고, 이 불은 5층 건물 전체를 태웠다.
경찰은 방화 가능성을 조사하던 중, 불이 나기 직전 김씨가 주차장을 지나 계단으로 가는 모습이 찍힌 걸 찾아냈다. 사건 당시 김씨는 감시카메라 사각지대를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1차 방화 실패에 당황한 나머지 감시카메라 앞을 지나간 것이다. 경찰은 김씨를 추궁했고 결국 사건 일체를 자백 받았다.
서울송파경찰서는 김씨를 구속하고, 이를 사주한 혐의로 양 사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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