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씨가 2009년 한 피해자에게 위조해서 준 이화여대 산업디자인학과 특별전형 합격자 증명서.
서울 수서경찰서 제공
대입컨설팅 대표, 10명 이상 속여 20억원 챙겨
위조 합격증에 수강신청 안내문자까지 ‘치밀’
경찰 “명문대 꿈에 사기 알려줘도 안믿기도”
위조 합격증에 수강신청 안내문자까지 ‘치밀’
경찰 “명문대 꿈에 사기 알려줘도 안믿기도”
대입컨설팅학원 원장 오아무개(45)씨와 대학생 강아무개(29)씨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7년 전인 2005년이었다. 당시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복무를 하던 강씨의 어머니 홍아무개씨에게 오씨가 전화를 걸어 왔다. “제가 연세대와 고려대에 이사로 있으면서 기부입학을 많이 시킨 사람입니다. 이번에 장학생으로 입학할 학생을 한 명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는데 아들을 보내실 생각 있으신가요?” 오씨는 미리 예치금을 넣어두면 나중에 다 돌려주겠다며 홍씨한테 1억5000만원을 받아갔다.
오씨는 이듬해인 2006년 하반기에도 ‘서울대 의대, 고려대 의대, 관동대 의대, 경희대 한의학과, 연세대 공대에 등록금을 다 넣어 두었다가 한 곳에 합격하면 다른 대학 등록금은 돌려준다’며 홍씨한테서 수천만원을 받아갔다.
2007년 초, 홍씨는 오씨로부터 아들이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오씨가 “아직 공식적으로 등록된 게 아니라 학교는 갈 수 없고 과제만 교수한테 보내면 된다”고 해 아들 강씨는 한 번도 학교에는 가보지 못했다. 이후 오씨는 의대 지도교수 신청금 500만원, 해부실습 비용 430만원 등 온갖 명목으로 돈을 뜯어갔고 7년간 홍씨가 오씨에게 준 돈은 8억1000만원에 이르렀다. 최근까지도 오씨에게 돈을 보내던 홍씨는 이달 초 경찰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홍씨는 “오씨가 자신이 서울대 상임이사라며 임명장을 보여주고, 의대 재학증명서, 수강신청 내역, 도서관 출입증까지 만들어줘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오랜 강사 생활을 하며 연마한 언변에 홀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10여년 전부터 서울 강남의 학원가에서 강사와 과외교사로 일하던 오씨는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에 ‘수시21’이라는 입시상담학원을 차려 놓고 직원들을 동원해 강남지역 중학교 졸업생 가운데 과외를 받을 학생을 구했다. 오씨는 모집한 학생들에게 과외를 해주다가 이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가 되면, 부모들에게 ‘기부입학 등으로 자녀를 합격시켜줄 수 있다’며 접근해 사기행각을 벌였다.
오씨는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대학의 총장 명의로 된 대학입학 특별전형 합격자 증명서 등 서류를 위조해 교내 우체국에서 학교 명의가 인쇄된 대봉투로 우편물을 발송하는가 하면, 대학 대표 전화번호로 발신자 번호를 조작해 수강신청 안내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학부모들이 돈을 돌려줄 걸 요구하면, 오씨는 “저와 함께 투자를 해야 수익을 내서 돈을 돌려줄 수 있다”며 미국 나스닥 주식 투자, 그림 경매 자금 명목으로 또 돈을 뜯어갔다. 오씨는 만 6년 동안 범행을 저질러오면서, 해마다 사무실을 옮기고 새로운 직원들을 고용하는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학부모들을 상대로 자녀를 유명 대학교의 특별전형이나 기부입학 전형으로 입학시켜 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은 혐의(상습사기 등)로 오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오씨로부터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10명이고 피해금액은 20억원에 달한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적절한 청탁의 성격 때문에 쉽게 고소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라며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갔다는 꿈에 취한 부모들에게 사기당했다고 알려줘도 그럴 리 없다며 경찰 조사를 거부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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