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회견장 스케치
범포항 출신으로 정치권 입성
인수위 때부터 박영준과 활동
범포항 출신으로 정치권 입성
인수위 때부터 박영준과 활동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의 1차 배후로 지목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20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 60여명과 만났다. 회견을 자청한 그는 자신이 컴퓨터 하드디스크 삭제를 지시한 ‘몸통’이라면서도, 시종일관 “사명감을 갖고 국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비서관은 기자회견장에 나타날 때부터 카메라의 움직임을 살폈다. 좌우로 늘어선 각 언론사 카메라에 모두 시선을 맞춘 뒤에야, 그는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처음엔 사과를 하는 듯했다.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카메라 앞으로 나서 허리 굽혀 인사도 했다. 하지만 그 뒤론 기나긴 변명이 이어졌다. 자신이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돈을 건넸다면서도 ‘선의’라고 주장했고,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파기하라고 지시한 것도 ‘민감한 개인정보와 감찰 내용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민간인 불법사찰’의 피해자인 김종익 전 케이비(KB)한마음 대표에 대해서도 사과하는 대신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이라며 엉뚱하게 흠집내기를 시도했다.
그는 원고 가운데 강조하고 싶은 대목을 서너 차례씩 고함치듯 반복하며 외쳤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힘들어하는 모습”, “(저는) 어떤 어려움도 주저하지 않고 사명감을 갖고 국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라고 말할 때는 눈에 기세가 등등했다. 또 “저는 가난한 어촌에서 태어나 힘들게 공부를 하며 항상 정직하게 신의를 지켰다”고 말할 때는 감정을 못 이겨 울먹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일부 취재진 사이에서 “쇼 좀 그만하라”는 고성이 터져나온 것도 이때쯤이다.
이런 모습은 이 전 비서관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이 전 비서관은 금융권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평화은행 노조(한국노총 소속) 위원장과 전국금융산업노조 조직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그 시절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한 인사는 “회의 도중 격한 반응을 보이거나, 과장된 퍼포먼스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이 정치권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금융산업위원을 맡으며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선대위 노동총괄단장을 맡아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 성사에 앞장섰다. 그러나 그가 ‘비선 라인’으로 떠오른 데는 ‘범포항’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인규(56) 전 공직윤리지원관,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박영준(52)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은 모두 범포항 인맥이다. 특히 이 전 비서관과 박 전 차장은 여러 곳에서 이력이 겹친다. 인수위 시절 두 사람은 각각 사회교육문화분과 실무위원과 이명박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을 지냈고, 그 뒤 청와대에는 고용노동비서관과 기획조정비서관으로 동시에 입성했다.
이날 15분 남짓 동안 격앙된 발언을 쏟아낸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지 않고 곧장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일문일답을 기대한 수십명의 기자들이 이 전 비서관을 둘러싸고 쫓는 바람에 회견장 입구는 아수라장이 됐다. 엘리베이터를 붙들고 5분여 동안 질문을 쏟아내는 취재진에게 그는 “저도 노동운동을 한 사람입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노현웅 안창현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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