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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핵안보정상회의가 뭐길래…노점상 분신 시도

등록 2012-03-13 15:29수정 2012-03-13 16:10

강남구, 노점상 자리에 돌화분 깔아 영업 봉쇄
시민들 생존권·집회권·교통권 등 지나친 제약 논란
오는 26~27일 세계 60개국 정상이 참가해 핵물질 테러 대처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서울 강남구 코엑스)을 앞두고 정부와 강남구 등 일부 지자체가 노점상들의 생존권과 시민들의 집회권, 교통권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재앙 1주년을 맞아 무분별한 핵에너지 이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성의 목소리가 높이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고민이 없는 정상회의 자체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고조되고 있다.

 강남구청쪽이 지난달 9일 계고장을 통해 핵 안보 정상회의 행사 전후기간인 19~30일 11일 동안 노점상들에게 삼성역과 강남역 사이 테헤란로를 비롯한 간선도로, 뒷길 등에 대해 날짜를 정해 이 기간 동안 노점상들이 자율적으로 영업을 중지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구청쪽은 자율적으로 영업을 중지하지 않으면 강제수거 및 관련법에 의한 강력한 조처를 병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말만 자율적인 영업중지일뿐 사실상 강제 영업중지임을 구청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구청쪽은 자율영업 중지 장소 이곳저곳에 돌화분을 깔아 영업 활동을 사전봉쇄하고 있다.

 노점상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노점상총연합회 소속 서아무개씨가 영업중지에 항의해 지난 12일 오전 6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핵안보정상회의 강남구청 상황실에서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노점상단체인 노점노동연대와 전국노점상총연합회는 12일 오후 1시 강남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강남구청이 노점영업 자리 주변에 돌화분을 깔아 노점을 모두 없애려고 한다”면서 “돌화분이 사람보다 중요한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쪽은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계고장 등은 핵안보정상회의와 상관없이 통상적인 행정절차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노점 단속이 강화되었고, 지난 2010년 10월에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을 앞두고도 강남구청쪽이 노점상 단속을 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찰의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과민 대응도 도마위에 올랐다. 경찰은 행사를 열흘 이상 앞둔 시점에서 서울 도심에서 열겠다는 집회를 불허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집회활동의 자유마저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노련)은 오는 15일 방송 3사 파업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시청과 세종문화회관 앞, 광화문 일대 등 21곳에 집회를 열기로 하고 13일 관할 종로서와 남대문서에 집회허가 신청을 냈다.

 최정기 언노련 조직쟁의실 차장은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사전에 경찰쪽과 접촉한 결과 교통방해와 행사예정지의 사전집회 신고 등을 이유로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임을 확인했다”며 “공식적인 이유와는 달리 경찰쪽에선 핵안보정상회의 때문에 불편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차장은 “핵안보정상회의를 빌미로 터무니없이 경비를 강화해 집회를 억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면서 “공식적으로 집회가 불허되면 곧바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행사기간 짝수, 홀수 차량으로 나눠 차량 2부제 운행을 하기로 하고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경찰과 군은 각국의 정상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테러 등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대응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방송사들은 수시로 훈련 장면을 내보내며 성공적인 개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국내외 대테러 유관기관과 정보 공유를 원활히 하고, 테러 취약시설에 경찰과 군 5천여명을 배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12일 “‘2012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우리나라 국가브랜드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그동안 경찰은 G20 성공개최의 경험을 토대로 종합치안대책을 마련하고 행사 성공을 위해 차질없이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청장은 “G20 정상회의의 2배 가까운 정상이 이번 회의에 참가하고 도심에서 행사가 진행되는 만큼 쉽지 않은 여건”이라며 “3만6천여명의 경찰력을 집중해 각국 정상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행사장 주변의 주민과 상인, 회사원 등에게 출입 스티커를 발행하는 등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사회평화 단체들은 지난달 15일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대항행동)을 구성해 행사 자체 개최를 반대하고 나섰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모여 논의하는 것은 핵무기가 비국가 행위자인 테러리스트들에게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지난해 일본 대지진 이후 일반인들이 느끼는 핵 공포에 대한 논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강대국들이 핵을 쥐고 있으면서 안보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본질적인 문제인 핵의 위험을 은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프라하 선언 이후 창설된 국제회의로 지난 2010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 개최되었다. 이번 서울 회의가 두번째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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