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검사(인천지검 부천지청)가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로부터 받은 기소 청탁을 후임 검사에게 전달한 뒤 이를 다시 김 판사에게 전화로 알린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박 검사는 서울서부지검에 근무하던 2006년 1월 나 전 의원이 자신을 비방한 누리꾼을 고발한 사건을 후임이었던 최영운 검사(현 대구지검 김천지청 부장검사)에게 인계한 뒤 김 판사에게 알렸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박 검사가 ‘출산휴가를 가게 돼 사건처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후임검사에게 내용을 전달했다’고 김 판사에게 전화해 알렸다”고 말했다. 앞서 박 검사는 경찰에 김 판사로부터 “(아내를 비난한 누리꾼을) 검찰이 기소하면, (그다음 문제는) 법원에서 알아서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인계 사실을 다시 김 판사에게 전화로 알린 것은 당시 김 판사의 청탁이 구체적이었고 박 검사가 상당한 압박을 느꼈다는 정황으로 추정된다. 앞서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박 검사가 경찰에 낸 진술서에는 ‘내가 출산휴가를 가는 바람에 사건을 후임자인 최 검사에게 넘기며 포스트잇에 김 판사의 청탁 내용을 적어 함께 전달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재호 판사의 기소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에 연루된 판·검사 3명을 모두 소환해 대질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이번 사건에 연루된 판·검사의 진술이 끝까지 엇갈린다면 3명 전부 소환해 대질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판사와 최 검사는 청탁 여부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7일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에 현직 판사·검사가 관련돼 있다는 이유로 ‘경찰이 검찰과 법원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많다”며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에 ‘평소 사건의 수사 절차대로 소환·대질조사까지 적극 검토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박 검사는 휴가를 일주일 더 연장하고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었던 8일 출근하지 않았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꼼수다>가 지난달 28일 박은정 검사가 수사팀에 기소청탁 사실을 말했다며 박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뒤 박 검사는 자신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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