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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웃 아픔 닦아낸 ‘나눔의 구두수선공’

등록 2012-02-22 20:32

‘나눔 전도사 구두 수선공’ 이창식(55)씨
‘나눔 전도사 구두 수선공’ 이창식(55)씨
이창식씨, 기부운동·장기기증 실천하고 ‘하늘로’
“좋은 일 많이 했으니 좋은 데로 갈거야.” 22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한 추모공원의 납골당에서 ‘나눔 전도사 구두 수선공’ 이창식(55·사진)씨의 유가족과 친구들이 눈물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이씨는 20일 새벽 집 앞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한 채 이날 오후 숨을 거뒀다. 구두약 등 화학약품 속에서 생활하다 얻은 폐렴이 급성 폐혈증으로 번진 것이다. 그가 2007년 장기기증 서약을 하며 나누고 싶어했던 자신의 장기도 이미 상해 이식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강원도 영월 출신의 이씨는 중학교 때 서울로 와 구두수선공 일을 시작했다. 37살의 늦은 나이로 결혼했다가 3년 만에 헤어진 뒤, 이혼의 상처를 술로 달래다 알콜중독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 한 지체장애인이 리어카를 힘겹게 끌며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구두방을 차렸다.

이씨는 “어려울수록 남을 도우라”라는 어머니(90)의 말씀에 조금씩 가진 것을 나누기 시작했다. 나눔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한 이씨는 이후 나눔을 위해 헌신했다. 2001년엔 아름다운재단, 2006년엔 희망제작소, 2007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2010년 다일공동체 등 매달 1~2만원씩 기부하는 단체를 점점 늘려갔다.

이씨는 구두수선소에 기부 홍보지와 모금통을 비치해 두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기부를 권유하는 모금운동가이기도 했다. 2010년엔 강도 피해 보상금을 받은 것도 일부를 기부했다. 2006년 그는 아름다운재단 홍보 포스터에 등장해 “나눔이란 가진 것 없이도 부자로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름다운재단의 권연재 간사는 “아름다운재단에서는 간사들이 새로 들어오면 상징적인 시민모금가인 이 선생님을 만나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져왔다”며 “삶으로 가르침을 주신 분”이라고 이씨를 기억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일 빈소를 찾아 딸 은혜(19)씨에게 “이 선생님은 제가 시민단체 활동을 할 때부터 잘 알고 존경해왔던 분”이라며 “대학 생활을 잘 하시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을 앞둔 은혜씨는 “저도 아버지와 함께 기부를 해왔고 앞으로도 아버지처럼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22일 경기도 광주시의 한 추모공원에 묻혔다.

글·사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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