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스 홍당무’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사이버수사대 ‘왕따 카페’ 170곳 적발 110곳 폐쇄조치
한 명 찍어 집단욕설…왕따 학생 오프라인에서도 따돌림
한 명 찍어 집단욕설…왕따 학생 오프라인에서도 따돌림
“○○○ 싫어. 오늘 놀아줬더니 좋아해야ㅋㅋ. 아 글고 자꾸 붙어 XX 싫어”
지난해 11월17일 개설된 한 인터넷 카페에는 특정 학생에 대한 욕설이나 비방글과 사진이 20여건 가까이 올라와 있었다. 경찰이 수사하기 전인 지난해 12월18일까지 글은 계속됐다.
해당 카페는 전라남도 한 중학교 학생 9명이 회원으로 있는 카페였다. 목적은 한가지였다. 같은 반 친구를 따돌리는 것이었다. 이 학생에 대한 따돌림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따돌림을 당한 학생은 학교에서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왕따 카페’를 만들고 따돌림을 주도한 학생들이 “야, ○○○하고 놀지마. 밥 먹지마”라고 하면서, 함께 밥을 먹던 친구들이 없어졌다. 이후 다른 친구들도 모두 해당 학생을 외면했다. 카페를 만든 학생들은 “하는 말이 싫고, 행동도 싫고 그냥 싫었다”고 따돌림의 이유를 말했다.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전국적으로 왕따 카페 170곳을 적발해 110곳에 폐쇄 조처했으며, 운영자가 불투명한 60곳도 조사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왕따 카페란 인터넷 사이트에 같은 반 학생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기 위해 특정 학생의 실명이나 학교와 반 이름, 별칭 등을 이용해 개설된 사이버 공간을 말한다.
경찰은 ‘왕따’, ‘찐따’, ‘밟아버리기’ 같은 단어를 검색한 뒤 따돌림 목적으로 개설된 카페를 집중 조사했다.
왕따 카페의 운영자는 초등학생이 가장 많았다. 110곳 가운데 초등학생이 개설한 카페가 55곳(50%)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41%), 고교생(9%) 차례였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학교 폭력은 중학교의 비율이 높은데, 왕따 카페는 초등학생 운영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이 개설한 한‘왕따 카페’ 첫머리에는 “○○○에게 우정을 줘서는 안 된다…영화 같은 배신감을 주기 위해 파이팅.”이라는 글이 첫 머리에 올라와 있었다.
왕따의 대상이 집단적인 카페도 있었다. 예를 들면 X학년 X반 학생들이 X학년 X반 여학생들을 욕하는 ‘안티카페’를 만들고 “재수없는 X반 여편네들, 욕 완전 가능” “X반 재수없는 여자 사진 가지고 계신 분은 매니저에게 폰으로 사진 전송” 등의 글이 대문에 올라와 있었다. 이런 카페들에서는 욕설과 비방이 무차별적으로 게재되고 피해자의 신상 정보도 고스란히 노출돼 심리적 압박감은 물론 인권 침해 소지도 크다.
운영자가 카페를 만든 이유는 △외모나 행동이 미워서 40%, △싸우고 나서 31%, △편가르기 15%, △기타 14%로 나타났다. 경찰은 폐쇄 조처한 110곳 왕따 카페 가운데 108곳은 자진 폐쇄하도록 한 뒤 학교와 학부모가 선도하기로 하고 불입건했다. 왕따 카페 2곳은 경찰이 직접 조사한 뒤 가해자 10명을 선도 조건부로 불입건하고 카페를 폐쇄했다. 국승인 광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왕따 카페 피해자들은 실제 교실에서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며 “갈취나 폭력 이상으로 피해 학생들에게 매우 심각한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왕따 카페를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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