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면적 4만㏊→5천㏊
대상 작물 3가지로 제한
대상 작물 3가지로 제한
“올해는 수수와 메밀 종자까지 남겨뒀는데 지금 와서 갑자기 안 된다고 하면 어쩌란 말입니까. 재작년부터 논에 수수와 율무 같은 잡곡을 재배하는 법을 연구해 이제 겨우 할 만해졌는데…. 이렇게 엎치락뒤치락하면 어떤 농민이 정부 말을 믿고 따르겠습니까.”
전남 나주시 공산면 정병기(53)씨는 14일 끓어오르는 부아를 쉬 가라앉히지 못했다. 정부가 쌀 감산 정책의 하나로 논에 밭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에게 1㏊(1만㎡)당 300만원씩을 지원하던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의 규모를 올해는 대폭 축소하기로 확정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논에서 벼 이외의 작물을 재배할 때 보조금을 지원하는 규모를 애초 정했던 4만㏊에서 ‘5000㏊+알파(α)’로 크게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원 대상 작물도 가공용 벼, 콩, 조사료(사료작물) 등 3가지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정씨가 모아둔 수수, 메밀 종자는 쓸모없게 됐다. 논에 배추·파를 심어도 마찬가지로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김기훈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콩과 조사료를 재배하는 대규모 단지를 중심으로 보조금 대상을 5000㏊로 제한하되, 논에 가공용 벼를 심는 면적은 5000㏊와 별도로 최대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공용 벼 재배면적이 900㏊에 그쳐, 실제 다른 작물 재배면적이 5000㏊를 크게 웃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쌀 공급과잉 해소를 내세워 지난해부터 3년 동안 전국의 논 4만㏊에 대해 밭작물을 재배하도록 하겠다는 정부 쌀 정책의 골간을, 불과 1년 만에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갑작스런 사업 축소 배경에 대해 △최근 2년 연속 쌀 작황 부진으로 쌀 재고가 넉넉지 못하고 △타 작물 재배사업이 배추·대파 등의 과잉생산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벼 재배면적 축소로 지난해 수확기 이후 쌀값이 가마당 16만원대로 오르자, 벼 재배면적 축소 때문에 물가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청와대에서 사업의 전면 폐기를 압박해왔다”고 말했다.
농업 전문가들은 극도로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쌀 정책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전찬익 농협경제연구소 농업정책연구실장은 “쌀 소비가 해마다 2~3%씩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한 4만㏊ 이상의 타 작목 재배면적을 유지해야 한다”며 “한두 해 수급이 빡빡해졌다고 해서 다시 쌀 재배면적을 늘리면 농가소득 안정의 기본인 쌀 소득을 떨어뜨리고 결국 그 이상의 정부비용을 치르는 악순환을 빚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나주/정대하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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