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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행정법원 판사도 “연임심사는 튀는 판사 재갈 물리기” 비판

등록 2012-02-08 16:07

김영식 판사 “심사 시기 다가오면 법원장에게 잘 보여야해”
서울행정법원의 현직 판사가 8일 서기호 판사에 대한 대법원 법관연임심사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에 대한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사에 대해 “튀는 판사에 대한 재갈 물리기”가 아닌지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김영식 서울행정법원 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게시판에 ‘다시 한 번 법관연임심사의 공정성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서 판사의 연임심사를 둘러싼 우려를 조목조목 제기했다. 앞서 서울 북부지법에서 근무하는 변민선 판사(47·사법연수원 28기)도 법관인사위의 독립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연임심사를 두고 현직 판사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김 판사는 “법관사회의 활력과 신진대사”를 위해 연임심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대법원의 정책이나 방침에 순응하지 않는 법관을 솎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대법원 법관인사위원회는 10년 동안의 근무평정을 근거로 현저히 불량한 판사를 대상으로 부적격 심사를 진행한다. 김 판사는 “대법원은 서판사님이 (근무평정의) ‘하’ 등급을 5차례 받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서 판사님이 왜 ‘하’를 받았는지, 그리고 그런 근무평정만으로 연임거부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썼다.

그는 나아가 판사를 줄 세우는 근무평정 자체에 대해 비판했다. 김 판사는 “저 역시 내년에 연임심사 대상자”라며 “연임심사 시기가 다가오면 법원장님에게 잘 보여야 하고 마치 ‘선착순’ 게임을 하듯 어떻게든 동료법관을 밟고 일어서야 한다”고 적었다. 또 “대법원은 현실에 대한 지나친 과장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일선 법관들도 그렇게 생각할는지요”라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일부 언론이 특정 판사에게 자진해서 법복을 벗을 것을 요구하거나 대법원장님에게 연임심사에서 탈락시킬 것을 요구하여 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며 사법부 독립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기사와 칼럼 등으로 서 판사, 이정렬 판사 등 정부에 비판적인 게시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올린 판사들을 색깔론 등으로 압박해온 바 있다.

김 판사는 “그런 표현이 법관의 품위, 사법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분도 많을 수 있지만 그러한 불편함만으로 법관사회의 다양성을 포기하고 동료 법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법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부러진 화살>)와 재판장에 대한 집단적인 불만표출행위로 사법부가 독립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서 판사에 대한 연임거부 역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 원인을 ‘일부 판사의 돌출 행동’이라고만 믿는 국민이 다수는 아니다”라며 “세간의 진영논쟁에 사법부가 쉽게 발을 들여 놓아서는 안 된다는 명제는 사법부 구성원들에 앞서 오히려 대법원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원 내외부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연임심사가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해당 판사에 대한 충분한 방어 기회 부여를 주문하며 현 상황과 사법부의 어두운 과거를 대비해 끝을 맺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도 자꾸 유신이나 5공화국과 같은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대법원이 여러 구실을 붙여 시국사건에서 무죄 선고를 한 법관을 지방으로 내쫓았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이 허망한 기우에 그치기를 바랍니다.”

권오성 허재현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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