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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뚜레주르 믿은 우리밀 농가 ‘파산 위기’

등록 2012-01-30 20:49수정 2012-01-31 15:53

재벌 수매약속 깨…우리밀 농가 ‘위기’
CJ제일제당 등 기업들
수지 안맞자 사업 축소
재배 늘린 농가들 한숨
재벌 기업의 대규모 수매 약속을 믿고 우리밀 생산을 늘렸던 전국의 농민들이 위기에 몰렸다. 씨제이(CJ)제일제당과 동아원 같은 대기업에서 판매 저조 등을 이유로 애초 발표와는 거꾸로 수매 물량을 큰 폭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밀 자급률을 2015년까지 10%로 끌어올리겠다던 농림수산식품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씨제이제일제당과 동아원, 에스피시(SPC)그룹 등 밀가루 생산 대기업들은 2009년에 지방자치단체 및 생산자단체들과 잇따라 양해각서(MOU)를 맺고, 우리밀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등의 화려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우리밀 시장이 3년 연속 연 30~50%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자, 경쟁적으로 우리밀 확보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당시 씨제이제일제당은 2010년 연 2만t에 이어 2014년 6만t까지 수매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동아원과 에스피시그룹 또한 각각 2010년에 1만5000t을 수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09년의 생산량이 1만8782t에 불과하던 때에 3개 대기업에서만 한해 5만t을 수매하고, 수년 안에 우리밀 생산을 20만t(자급률 10% 달성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약속을 했던 것이다. 농민들이 앞다퉈 밀 파종에 나서면서 재배 면적은 2009년 5067㏊에서 지난해 1만7837㏊로 크게 늘었고, 재배 농가도 8000여가구에 이르렀다.

그러나 씨제이제일제당은 2011년에 고작 7500t을 수매했으며, 올해 수매물량 역시 그 정도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원도 지난해와 올해 수매 물량이 각각 5000t에 못 미치고 있다. 에스피시 그룹이 상대적으로 많은 1만5000t 수매물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밀 수매가 부진한 탓에, 국내 생산재고가 급속히 늘어나 이미 4만t에 육박하고 있다.

전북 김제 우리밀영농조합의 이재병 회장은 30일 “대기업들이 우리밀을 다 사주고 정부에서 밀 자급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말을 믿고 2009년에 300~400㏊ 하던 재배 면적을 900㏊까지 늘렸다”며 “지난해 생산량 5200t 중 1000t은 아직 창고에 있고, 수매대금 못 받은 농가도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산밀산업협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씨제이제일제당 관계자는 “경기 부진으로 소비가 부진했고 작황도 나빠, 생각했던 것만큼 많은 물량을 수매하지 못했다”며 “농민과의 약속을 최대한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밀의 수급 혼란이 벌어진 데는 정부 책임도 크다. 1%대를 밑도는 밀 자급률을 2015년으로 앞당겨 1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표하는 등, 대기업과 생산농가들에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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