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보이며 들어가는 마지막 정봉주 모습.
지지자들과 분리 ‘꼼수’ 의혹
한명숙, 박근혜 만나 “정봉주법 2월에 처리” 협조 요청
한명숙, 박근혜 만나 “정봉주법 2월에 처리” 협조 요청
2007년 대선 당시 비비케이(BBK)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수감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구치소에서 충남 홍성교도소로 이감됐다.
정봉주 전 의원 쪽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이 17일 오전 8시에 서울구치소에서 충남 홍성교도소로 호송돼 10시께 입감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제(16일) 오후 변호인 접견 때까지만 해도 아무 얘기가 없었다”며 “갑작스런 결정으로 앞으로 가족들의 면회가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매주 면회를 가고 있는 정 전 의원의 가족들은 “너무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유죄 확정 소식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던 정 전 의원의 모친 이아무개(85)씨에겐 이감 사실을 아예 알리지 않았다. 애초 19일로 계획했던 다음 면회도 조정을 고려중이다. 민주통합당의 ‘정봉주 구명위원회’ 대변인 안민석 의원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면회할 수 있게 해달라’는 팔순 노모의 탄원마저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정 전 의원의 이감에 대해 “형 집행법 등 관련 법규에 따라 매달 1차례씩 실시하는 형 확정 및 분류 심사에 따른 결정”이라며, 지지자들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서울에서 먼 곳에 수감시킨다는 이른바 ‘지지자 분리설’을 부인했다. 형이 확정되기 전의 미결수만 수용하게 돼 있는 구치소엔 더이상 머물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심사 결과를 반영해 홍성교도소로 배치했다는 얘기다.
정 전 의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교정당국의 최근 분류 심사는 지난 10일 진행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죄질을 비롯한 제반사항을 검토한 결과 정 전 의원은 좋은 등급을 받았다”며 “홍성교도소는 시설이 작고 수형자가 적은데다 모범적인 수형자들이 많아 좋은 교정시설로 알려진 곳”이라고 말했다.
홍성교도소는 지난달 타계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한때 수감됐던 곳이기도 하다. 1988년 김 전 의장이 가석방되자 정봉주 전 의원은 교도소 앞에서 열린 ‘석방 환영회’로 달려갔고, 이때 함께 찍은 사진이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한편,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 대표를 맡고 있는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날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정봉주 전 의원이 감옥에 있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연계된 정치 탄압일 수 있다”며 “정개특위로 넘어가 있는 이른바 ‘정봉주법’이 2월 국회에서는 타결될 수 있도록 협의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법안이) 올라와 있느냐”고 물었고, 한 대표는 “그렇다. 민주통합당은 당론으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민주통합당은 최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와 형법상 명예훼손죄 등의 성립 요건을 엄격하게 개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정봉주법’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김외현 노현웅 기자 oscar@hani.co.kr
민주통합당 한명숙 신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실을 예방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외현 노현웅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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