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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두환에 맞선 장군 부인의 비극적 최후

등록 2012-01-17 13:09수정 2012-01-17 17:11

장태완 전 수경사령관 부인 투신자살
“미안하다 고마웠다 오래 살아라” 유서
남편 별세뒤 대인기피 심한 우울증 앓아
“미안하다. 고마웠다. 오래 살아라.”

 그렇게 세 마디를 남기고 장군의 부인은 자신이 살던 아파트 10층에서 바닥 아래로 몸을 던져 78년간 살아온 삶의 끈을 놓아버렸다.

 고 장태완 전 수경사령관(장군)의 부인 이병호(78)씨가 17일 오전 9시15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우성 1차 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장 전 장군은 1979년 12월12일 전두환, 노태우 등 박정희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세력의 12·12 군사 반란에 맞서 진압작전을 펴다 모진 고초를 겪고 강제로 예편된 비운의 주인공이다.

 오전 10시께 비보를 듣고 이씨가 숨진 현장에 달려온 딸 현리씨가 어머니의 시신을 부여잡고 “엄마 안돼”라며 오열했다. 10년 동안 같이 지냈던 도우미 아주머니(67)도 현리씨를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경찰은 유서와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주변사람들의 말에 따라 투신자살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씨는 장 전 장군이 2010년 10월27일 79살을 일기로 별세한 이후 사람들 만나기를 기피하고 병원에 입원하는 등 심한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살던 아파트 경비원은 “장군님이 돌아가시고 의지할 곳이 없으니 우울증이 왔던 것”이라며 “사람 만나길 원하지 않아 경비실에 ‘사람이 찾아와도 올려 보내지 말라’고 하셨다. 만날 집에만 틀어박혀 계셔서 주변에 친구도 없었다”고 말했다.

  장 전 장군 부부는 생전에 금실이 유난히 좋았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이씨 아래 집에 사는 주민 공아무개(82)씨는 “장군님이 살아계실 때 두 분은 문화센터에 함께 다니면서 무용도 배우고, 장구도 치고 그러셨다”면서 “한복을 입고 한국 무용을 추시는 게 취미셨는데 아주머니가 장군님 돌아가시고 취미활동을 모두 끊으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모님이 평소 ‘나 혼자 살면 뭐 하나’ 이런 말을 자주 하셨다”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 참 안 됐다. 아들도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씨의 자살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투영 된 측면에서도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당시 서울대학 자연대 1학년에 재학중이던 이씨의 외아들은 장 전 장군이 12·12 반란 진압에 실패한 뒤 보안사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강제 예편된 직후 행방불명됐다. 그는 한달 만에 경북 칠곡 본영 인동 장씨 재실 앞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1950년 육군종합학교를 졸업한 뒤 5군단 작전참모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장 전 장군은 수경사 참모장, 육군본부 교육참모 차장 등을 거쳐 79년 11월 수도경비사령관에 올랐다. 그러나 한 달 뒤 12·12사태가 일어났고, 고인은 이를 ‘반란’으로 규정해 신군부의 편에 서기를 거부했다.


생전에 고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하나회원들이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납치했을 때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며 “하지만, 진압 책임을 진 내가 백기를 들 수는 없었고, 죽기로 결심하니까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 회고했다.

 진압에 실패한 고인은 보안사령부에 체포돼 두 달간의 조사를 받고 풀려났으나 가택연금과 강제 예편을 당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수도경비사령관의 책무를 완수하지 못한 죄인”이라고 말하곤 했다.

 장 전 장군은 12·12사태가 역사적으로 재조명되면서 ‘참 군인상’으로 칭송받았다. 고인은 94년 자유경선으로 당선된 첫 재향군인회장이 됐으며 2000년 16대 총선에선 민주당 국회의원이 됐다. 전국구 의원이었던 고인은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지명됐고, 2002년에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보훈특보를 맡았다.

 김지훈 기자,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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