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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화 ‘부러진 화살’ 실제 사건과는 어떤 차이?

등록 2012-01-16 11:05수정 2012-01-16 17:09

영화 ‘부러진 화살’
영화 ‘부러진 화살’
법관 집 앞에 석궁을 들고 찾아간 교수의 실화를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극중 내용과 당시 사건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직 개봉(1월19일) 전이지만 대법원이 공보판사 등에게 미리 해명자료를 배포하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이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부러진 화살>은 2007년 교수지위 확인소송 사건의 항소심을 맡은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쏘았다는 혐의로 구속됐다가 4년간 복역한 김명호(55)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의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하고 있다. 영화는 김 전 교수를 모델로 한 김경호 교수(안성기)가 박준 변호사(박원상)와 함께 판사·검사와 설전을 벌이는 항소심 재판정이 주요 무대다. 변호를 맡은 변호사의 실제 이름은 박훈이었다.

 영화는 김 교수가 실제 석궁을 쐈고 그 화살에 부장판사가 맞았는지를 두고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두 주인공에 대해 묵살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사법부의 행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희망과 좌절을 오가며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법을 지키지 않는 위선적인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관객 앞에 풀어놓는다. 13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정지영(65)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실제 공판기록을 토대로 사법부의 위선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교수가 현직 법관에게 석궁을 쏜 혐의로 붙잡힌 실제 사건은 당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왔다. 재판에서 당사자의 주장을 충분히 듣지 않는 재판정의 평소 행태가 사법불신을 불러왔다는 주장이 한 축이었고 반대로 각종 다툼을 판단하는 ‘마지노선’ 역할을 하는 재판관에 대한 재판 당사자의 직접 위해는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른 한 축이었다.

 김 전 교수가 석궁을 들고 항소심의 박홍우 부장판사를 찾아간 때는 2007년 1월15일 저녁이다. 당시 있었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모든 진실을 다투는 사건이 그렇듯 쉽지 않은 일이다. 당시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 영화에서 다룬 것을 뒷받침하는 부분과 동시에 몇가지 다른 정황들이 눈에 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2008년 6월12일 김 전 교수에게 유죄를 확정하고 징역 4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영화에서도 핵심 쟁점이 된, 실제로 김 전 교수가 박홍우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쏘았느냐에 대한 부분에서 재판부는 “목격자의 진술, 물적 증거 등 객관적 또는 직접적인 증거의 존재”를 이유로 그렇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전 교수가) 현장에서 체포된 현행범이고, 범행 직후 피해자 박홍우의 비명을 듣고 범행 현장으로 달려온 목격자도 2명 있다”며 “서로 몸싸움하던 피고인을 위 피해자로부터 격리시킨 다음 위 피해자의 옷을 들추니까 시뻘겋게 피가 묻어 있었다”는 점 등으로 미뤄 김 전 교수가 석궁을 쐈다는 범행의 증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김 전 교수에게 몇가지 불리한 정황들도 있었다. 김 전 교수가 △범행에 앞서 1주일에 1회 정도 발사 연습을 한 점 △앞서 일곱 차례에 걸쳐 박 판사 집 앞을 찾아간 점 △화살을 재장전하려 한 점 △당시 가지고 간 석궁 가방에 회칼이 들어 있었던 점 등이다. 김 전 교수는 회칼에 대해 재판부에 “2007년 1월27일 노량진 수산시장 근처로 이사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조리용) 회칼을 미리 구입해 우연히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당시 재판장이 첫 여성 대법관으로 전향적인 판결을 다수 내렸던 김영란 대법관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그러나 대법원 역시 영화에서 핵심 쟁점으로 다룬 부분들은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면서 김 전 교수 쪽이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한 ‘부러진 화살’은 대법원 재판부도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석궁 공격을 받았다는 박홍우 부장판사는 1심 공판에서 자신을 쏜 화살이 “부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즉 부러진 화살은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인 셈이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보고서나 검찰의 증거물 가운데 부러진 화살은 없었다. 김 전 교수 쪽은 이를 바탕으로 ‘증거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범행현장에서 증거물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였다고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정적인 증거물을 수사기관이 일부러 폐기 또는 은닉할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증거조작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러한 경우 위 화살 1개라는 증거물이 없는 상태에서 나머지 검사 제출의 증거에 의하여 범죄의 증명이 있는가를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의 중요한 의혹 가운데 하나인 박 판사의 옷가지 혈흔에 대해서도 역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당시 박 판사는 속옷 상의, 내복 상의, 와이셔츠, 조끼, 양복 상의 순으로 옷을 입고 있었다. 증거로 제출된 박 판사의 옷에는 화살이 관통한 구멍이 나 있었고 속옷 상의와 내복 상의 그리고 조끼에는 구멍 주위로 피도 묻어 있었다. 그러나 그 중간에 입었던 와이셔츠만 깨끗했던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에 대해 “와이셔츠의 혈흔이 육안으로 잘 확인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속옷과 내의에는 복부 부위에 다량의 출혈흔적이 육안으로 확인되지만 조끼에는 육안으로 혈흔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량의 흔적만 보이는 점, 처음 위 피해자를 목격한 경비원은 위 피해자의 옷을 들추니 다량의 혈흔이 보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출혈흔적이 확인된다는 사실의 증명력이 훨씬 우월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피고 쪽 주장대로 김 전 교수가 단지 협박을 하기 위해 석궁을 들고 박 부장판사를 찾아갔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형량은 크게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교수 쪽 변호인으로 석궁 사건을 다룬 박훈 변호사는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사건은 단순한 협박 및 폭행 사건”이라며 “이와 비슷한 사건의 경우 형량은 최대 300만원의 벌금형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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