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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코엑스몰 서점 불지르고 백화점서 임산부 인질극

등록 2012-01-11 20:57수정 2012-01-11 22:05

한낮 도심 공포 몰아넣어…‘주의 심판’ 주장 30대 체포
“이날은 주의 심판이 행하여지는 대재난의 시작이라. 너희는 각자의 마지막 날을 준비하라.”

10일 새벽 4시, 이아무개(35)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천명하였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씨는 이 글과 “너나 할 거 없이 돈을 쌓고만 있구나. 사람 위에 돈이 있으니 악하다”라는 등 사회를 비판한 자신의 예전 글, ‘신 노아의 방주’를 구상한 설계도를 연결시켜놨다.

글을 올리고 하루가 지난 11일 낮 12시20분께 이씨는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으로 향했다. 백화점 7층 가정용품 매장에 들어간 이씨는 매장 직원이 “고객님, 찾으실 것 있으신가요”라고 물었지만, 대꾸도 하지 않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갑자기 매장에 진열된 식칼을 집어들었다. 이어 쇼핑을 하느라 근처에 있던 임신 5개월 된 김아무개(39·주부)씨를 붙잡아 식칼로 위협하며 60m가량 떨어진 엘리베이터 근처로 끌고 갔다.

이씨는 “가까이 오면 여자를 죽이겠다. 인터넷에 ‘천명하였다’를 확인해봐라. 그럼 알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백화점 안전요원, 출동한 경찰과 대치했다. 주변 매장의 직원은 “고객과 직원들이 다 소리치며 아래층으로 대피했고, 순식간에 백화점이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치 상황이 44분이 지나 이씨가 김씨의 목을 겨눈 칼을 내려 무릎 위에 놓는 등 긴장이 풀어진 모습을 보이자 협상전문경찰이 이씨에게 다가갔고, 당황한 이씨는 자리에서 반사적으로 일어섰다.

김씨가 자신을 붙들고 있던 이씨의 팔이 느슨해진 틈을 타 빠져나오자 경찰이 곧바로 이씨를 제압해 체포했다.

피해자는 왼쪽 엄지손가락에 작은 상처를 입고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태아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질극을 벌이기 한 시간 전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의 한 대형 서점 서가에 라이터용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인 뒤 도망친 혐의도 받고 있다. 다행히 불이 난 직후 서점 직원이 소화기로 불을 꺼, 책 15권이 그을리는 정도에 그쳤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인질극을 벌이고 서점에서 불을 지른 혐의(흉기 이용 감금 및 현주건조물 방화)로 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취재진에게 “나는 하늘의 뜻을 따라 세상을 심판하러 왔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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