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원장지시로 인사대상자 고향 경북서 전남으로
전 인사팀장 복직소송…1심 뒤집고 2심서 승소 판결
전 인사팀장 복직소송…1심 뒤집고 2심서 승소 판결
국가정보원이 직원 인사에서 영호남 출신자의 ‘지역 할당’ 비율을 맞추려고 인사 대상자의 출생지까지 변경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처음으로 드러났다.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12월 국정원 인사팀장이던 김아무개씨는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한테서 “대통령 선거 전에 모든 인사를 끝내되 4급 승진은 영호남 출신을 각각 40% 미만과 20%대 비율로 하라”는 인사방침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 승진 대상자를 취합한 결과 1순위 승진 대상자 46명 가운데 영호남 출신이 각각 60.9%, 8.6%로 나타나자, 김 팀장은 부서별로 재조정 작업을 벌였다.
이렇게 조정한 승진안을 김 원장에게 보고하면서 김 팀장은 “인사 자료에 문아무개씨의 호적상 출생지가 ‘경북’으로 돼 있지만, 실제 출생지는 ‘전남’”이라고 알렸고, 김 원장은 문씨의 출생지를 전남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앞선 인사에서도 경북 출신이란 이유로 승진에서 탈락했던 문씨는, 출생지가 전남으로 바뀌면서 4급으로 승진했다. 인사가 난 다음날 김 팀장은 기조실장에게 문씨의 출생지 처리 방향을 의논했는데, 기조실장은 “일관성 유지를 위해 호적상 출생지를 기준으로 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문씨의 출생지는 다시 경북으로 변경되었다.
이런 기록 변경은 2009년 2월 원세훈 국정원장이 취임하면서 문제가 됐다. 국정원 고등징계위원회는 지시를 받아 처리한 김 팀장의 행위가 ‘형법 제227조 공전자기록(국가·공공기관의 전자기록) 변작’과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그를 파면했다. 나중에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가 징계 수위를 해임으로 변경했지만, 김 팀장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5월 행정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김 팀장의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사권자인 국정원장이라 할지라도 권한을 남용하여 소속 직원의 인사기록에 허위정보를 입력하고 이를 근거로 승진 인사를 했다면, 공전자기록 변작과 행사죄가 성립한다”며 “특정인을 승진시킬 목적으로 인사자료를 함부로 수정한 것으로 보아 해임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서울고법 행정2부(재판장 김창보)는 “문씨의 출생지가 호적에는 경북으로 돼 있으나, 실제 태어난 곳은 전남인 만큼 그 정보가 허위라고 볼 수 없어 형법상 ‘공전자기록 변작·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김 팀장의 행위가 징계사유라 하더라도 정보기관 특성상 국정원장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만큼, 김 팀장의 해임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김 팀장의 손을 들어줬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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