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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짜라 해도 마다하는 젖소 수송아지…농가선 안락사까지

등록 2012-01-04 21:39수정 2012-01-04 23:03

손놓은 정부에 축산농가 ‘비명’
280만원 받는 20개월 육우
사료값만도 320~350만원
농가 사육포기 “정부 수매를”

한우 도·소매값도 내렸지만
서울 고깃집 가격은 그대로
식당들 “공급가격 변함없다”

소값 하락과 사료값 상승 여파로, 축산농가에서 갓 태어난 젖소 수송아지를 음성적으로 안락사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사태를 지켜보고만 있고, 축산 농가들은 젖소 수송아지를 정부에서 수매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우의 산지가격은 1년 사이 20~30% 떨어졌으나, 도시 음식점들의 한우 가격은 제자리여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경기도 파주에서 젖소 150마리를 키우는 이아무개(60)씨는 “지난해 3월 구제역이 풀린 뒤 수송아지 8마리를 낳았는데 공짜로 준다고 해도 가져가려는 곳이 없었다”며 “5마리는 어렵게 양평의 육우농장으로 거저 보내면서 기름값 10만원과 점심값까지 얹어주었고, 그 뒤 다행히도(?) 1마리가 죽어 지금 2마리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달 5~7마리씩 송아지가 태어나는데 그중 절반인 수놈을 처분할 길이 없다. 남들은 안락사시킨다고 하지만, 눈 멀뚱멀뚱 뜨고 있는 놈을 죽일 수도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경기도 포천에서 젖소 100마리를 기르는 최아무개(53)씨는 “구제역 이후에 새로 입식한 젖소들이 다음달부터 분만을 시작하는데 수컷이 나오면 죽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포천의 203개 농가 대다수에서 수송아지를 비닐로 씌워 죽이고 있다”며 “사체를 내다버리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축사 주변에 쌓아놓은 농가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젖소 사육 농가에서 출산하는 수송아지는 한해 10만마리로,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안락사 확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도 안성축협의 관계자는 “젖소 수송아지의 공식 거래가격은 1마리당 2만4000원이지만, 거래 자체가 완전히 실종됐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젖소 사육 농가에서는 수송아지가 태어나면 육우 농가로 처분해 고기용으로 사육해왔다. 그는 “육우 1마리를 20개월 키워서 280만~300만원 받는데, 그동안 투입되는 사료값만 320만~350만원에 이르니 육우 농가들이 아예 사육을 포기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육우란 한우와 구분해 젖소의 수송아지를 고기용으로 사육한 소를 가리킨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 회장은 “비싼 사료 먹이면서 속수무책으로 수송아지를 떠안고 있는 축산농가를 죽이지 말고 정부에서 적극 수매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한우 도맷값은 지육 1㎏ 평균가격이 지난 12월에 1만2277원으로 1년 전의 1만5825원보다 22.4% 떨어졌고, 소맷값은 갈비 1등급 500g 기준으로 같은 기간 3만4475원에서 2만1655원으로 큰 폭 하락했다. 한우 송아지 값도 1년 전과 견줘 암컷은 절반 가격으로, 수컷은 40%가량 내려앉았다.


하지만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파는 한우 고기값은 꿈적도 않고 있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ㅁ고깃집의 원아무개(40) 대표는 “소 한 마리 가격이 떨어져도 구이로 사용되는 등심이나 안심 같은 특수부위는 값이 안 떨어진다”며 “우리가 공급받는 가격이 그대로인데 가격을 낮출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육우와 돼지고기 전문점을 하는 한아무개씨는 “가게에 들어오는 2등급 육우값이 지난해 한창 비쌀 때 3만4000원에서 지금 2만8000원으로 떨어지기는 했다”며 “하지만 치커리와 상추 같은 채소값이 오르다 보니 음식값을 낮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파주 포천/박경만, 정환봉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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