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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굶어죽는 소’…축산농 억장 무너진다

등록 2012-01-03 20:51수정 2012-01-03 22:28

값 폭락·사료값 상승에…순창서 9마리 파묻어
전국서 1천마리 끌고 상경 ‘한우반납운동’ 계획
소값 폭락과 사료값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한우농가가 소에게 사료 공급을 제대로 못해 소들이 굶어죽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북 순창에서는 사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소 9마리가 굶어죽었고, 전국 한우농가들은 집단으로 소를 정부에 반납하겠다고 선언했다.

3일 전북도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순창군 인계면에서 소 농장을 운영하는 문아무개(56)씨가 이날 오전 자신이 키우는 소 54마리 가운데 굶어죽은 육우 9마리를 농장 근처에 묻었다. 이들 소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하루 1~2마리씩 죽었는데, 문씨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축산농의 어려운 실정을 알리려고 이날까지 농장에 소 사체를 방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농장에서는 12월 초순에도 3~4마리가 사료를 먹지 못해 죽었다.

소값이 폭락한 반면 사료값이 치솟자, 문씨가 이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료량을 점차 줄이다가 최근엔 물만 공급해 소들이 아사한 것으로 전북도는 보고 있다. 30여년 소를 키워온 문씨는 한때 150마리가 넘는 소를 사육했으나, 지난해까지 빚이 1억5000만원으로 불어날 만큼 경영이 급격히 악화했다.

문씨는 “지금까지 논 팔고, 보험 해약하고, 빚을 내서 사료를 줬는데 이제는 돈이 없어 포기하고 싶다. 군청에서 사료를 대준다고 하지만 도와준 뒤 사료가 떨어지면 그 이후로는 어떻게 할 것이냐. 40년 넘게 소를 키웠는데 150마리에서 40마리밖에 안 남았다. 앞으로 소를 책임질 수 없으니 답답하고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성신상 전북도 농수산식품국장은 “매우 안타깝다. 현재 문씨의 농장에는 사료가 한 포대도 없어서 남아 있는 소 40여마리를 구매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문씨가 이를 완강히 거절하고 있다”며 “문씨를 설득해 소를 팔게 하거나 사료를 지원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각 시·도 한우협회 축산농가들은 한우 수매 등 정부에 소값 안정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5일 청와대 앞으로 1000여마리의 소를 끌고 가 ‘한우 반납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한우협회 울산지회는 5일 오전 200여명이 울산 울주군 작천정 운동장에서 모여 소 100마리를 트럭에 싣고 상경할 예정이다. 한우협회는 소값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우산업 안정화를 위해 정부에 대책 수립과 함께 소 30만마리 수매를 요구하고 있다.

전체 농가의 사육 마릿수 과잉으로 송아지 한마리 값이 1년 전 220만~230만원대에서 최근 110만~120만원대까지 추락했으나, 생산비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사료값은 1년 사이 30%나 폭등했다. 농가 수입은 급락하고 비용 지출은 급증한 것이다. 한우의 적정 사육 마릿수는 250만마리이나, 지난해 말 실제 사육 마릿수는 300만마리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순창/박임근 기자,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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