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플’은 누구인가
20대 47.9%…평균 28살
‘단순 메시지’ 장벽 낮아
언제든지 쉽게 담론 참여
소통·정치 ‘효능감’ 맛봐
선거판 뒤흔들 가능성 커
한국의 투표율은 낮다. 2008년 총선 당시 투표율이 46.1%였다. 인구규모·국토면적 등에서 비교 가능한 터키(84.2%), 이탈리아(80.5%), 스페인(76.0%), 그리스(70.9%), 일본(69.3%)의 최근 1~2년 사이 총선 투표율은 한국보다 20~30%포인트 높다.
낮은 투표율은 정치권력의 정당성을 위협한다. 유권자 63%가 투표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48.7%의 지지를 얻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유효투표 대비 최다 수준 득표였다. 그러나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은 30.7%에 그쳤다. 대통령 직선제 이후 역대 최소 득표다. 역사상 가장 적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라는 뜻이다.
민의를 온전히 대표하지 않는 권력은 더 많은 유권자를 정치 무관심으로 이끈다. 투표율 하락 과정을 연구해온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투표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민주주의 체제의 불확실성·불안정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낮은 투표율의 실체를 알 수 있다.(그래프 참조) 2008년 총선에서 40대·50대·60살 이상은 평균 투표율(46.1%)을 웃돌았다. 60살 이상 투표율이 65.5%로 가장 높았다. 반면 39살 이하 투표율은 평균 투표율에 미치지 못했다. 25~29살 투표율은 24.2%로 가장 낮았다. 20~40대의 낮은 투표율이 한국 정치의 대표성·정당성 위기의 주된 요인이다.
이들이 투표장을 찾지 않는 이유가 ‘정치 효능감’ 부족에 있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정치적 변화는 가능하며, 이런 변화에 개별 시민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느끼는 감정”이 정치 효능감이다. 정치 효능감이 높아야 투표 행위를 비롯한 정치 참여가 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상위 1%의 정치 독점 구조가 굳어졌고, 그 이후 성장한 2030세대는 ‘스펙 경쟁’에 매달리느라 의미있는 정치적 집단 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정치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2030세대의 믿음이 허약해진 것이다.
한국의 2030세대가 새롭게 발견한 정치공간이 트위터다. 트위터의 주된 사용자가 그들이다. 장덕진 교수 연구팀의 조사를 보면, 트위터 사용 집단의 평균연령은 27.99살로 나타났다. 이는 트위터 비사용자 집단의 평균연령 35.43살보다 7.44살 젊은 것이다. 트위터 사용자 집단 가운데 20대의 비율이 47.9%에 이르는데, 비사용자 집단의 20대 비율 21.2%의 갑절 이상이다. 조사에 응한 트위터 사용자의 77.4%가 20대와 30대였다. 반면 50대의 비율은 트위터 사용자의 1.3%에 불과해 비사용자 집단의 50대 비율 14.5%보다 크게 낮았다.
이 때문에 한국 정치 위기의 출구로 트위터를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개인주의·경쟁주의에 몰입했던 2030세대가 트위터 공간에서 소통·참여·정치의 효능감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소셜미디어 분석가인 조엘 컴은 저서 <140자로 소통하는 신인터넷혁명>에서 “트위터는 그리움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라고 썼다. 경쟁 속에 고립된 개인이 인간 본연의 그리움을 채우기 위해 트위터에 접속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트위터 사용자는 수많은 타자들과 다양한 쟁점을 논하며 서로 섞이고 스미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친밀감이 극대화되면 개별화·파편화됐던 개인의 힘이 트위터를 통해 무한한 정치적 연대로 발전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2000년대에는 인터넷 카페·블로그·미니홈피, 포털 토론방 등이 그런 기능을 일부 수행했지만, 트위터는 ‘웹 2.0’(누구나 쉽게 정보를 생산·공유하는 인터넷·모바일 환경)의 장점을 극대화한 공간으로 평가된다.
트위터의 가장 큰 특징은 140자 이내의 짧은 글만 올릴 수 있다는 데 있다. ‘단순 메시지’는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인터넷 카페, 포털 토론방 등에 논리와 정보를 두루 갖춘 글을 올리는 일과 비교하면, 정보·정서·의견을 140자로 압축하여 전하는 것은 ‘웹 2.0’ 세대의 감수성에 맞춤한 방식이다.
특정 포털에 가입해야만 소통할 수 있는 미니홈피·인터넷카페·블로그 등과 달리 트위터는 누구나 쉽게 가입할 수 있고,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든 담론 공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 상대 허락이 없어도 마음만 내키면 언제든 ‘팔로어’(추종자)로 등록해 그의 트위트를 읽을 수 있는 독특한 연결방식도 다양한 정보·의견을 갈구하는 2030세대의 상호연결망을 무한대로 넓혔다.
소셜미디어를 연구해온 조희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네트워크 시대의 개인주의가 트위터를 통해 다시 하나의 네트워크로 결집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정치에 가담하지 못했던 개인들이 트위터를 통해 하나의 (정치적·사회적) ‘네트워크 집단’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를 통해 정치세력화하여 자신의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려는 2030세대의 움직임이 트위터에서 현실화되고 있다”고 장덕진 교수는 분석한다. 2008년 총선 투표율을 기준으로 보아, 2030세대의 투표율이 30~40% 더 늘어날 여지가 있고, 실제 이들의 투표율이 60% 수준에 이르면 그 자체로 선거판 전체를 뒤흔들 것이라는 게 장 교수의 전망이다.
<한겨레> 새해 여론조사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트위터 사용자일수록 적극적 투표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를 사용하는 19~29살 66.7%, 30대 66.1%가 2012년 총선에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비사용자의 경우 19~29살 49.1%, 30대 61.8%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트위터 사용이 2030세대의 정치 참여 의지를 높이는 데 영향을 준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
유신재 안수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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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람·장덕진 연구팀 조사방법
한국인 계정 추적해 392만여건 확보 인구통계학적 특성등 반영 2천명 뽑아
트위터 사용자 조사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국적 구분 없는 트위터 계정의 특성 때문에 한국인 트위터 사용자를 솎아내는 것부터 어렵다. 계정만 존재할 뿐 아무 활동 없는 ‘휴면’ 트위터 사용자를 조사하는 일도 많다.
이번 기획에서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소셜미디어 분석기업 ‘사이람’은 트위트 절반 이상이 한국어로 작성된 계정을 한국인 트위터 사용자로 보고, 장기간에 걸쳐 검증·추적하여 2011년 9월19일 기준 392만7519개의 한국인 트위터 계정을 확보했다. 이후 2011년 7~9월 동안, 이 계정에서 생성된 트위트 약 2억3000만건을 수집했고, 이들 계정 사이에 존재하는 약 3억4000만건의 팔로(추종) 관계와 242만6000여건의 리플라이(일대일 응답) 관계, 800만7046개의 리트위트(글 퍼나르기) 관계를 모두 추출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트위터 사용자 대상 조사에 엄밀한 규준을 적용했다. 인구통계적 특성을 고려해 조사 대상자를 고르는 것은 물론, 조사 수락자들의 트위터 계정을 검토하여 ‘실제 트위터 사용자’ 2000명을 선정했다. 50명 이상의 팔로어를 가진 500명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단순 사용자’와 ‘적극 사용자’를 포괄했다. 트위터 비사용자 1000명도 함께 조사했다. 2010년 10월 비슷한 조사를 시행한 장 교수는 “당시 ‘계정은 있으나 실제 사용하지 않는 경우’를 완전히 걸러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오류를 최대한 줄였다는 점에서 가장 체계적·과학적인 조사로 자부한다”고 말했다.
일부 한계는 있다. 국내 트위터 사용자 전체의 인구학적 특성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통계조사에 꼭 필요한 ‘모집단 정의’ 및 ‘표본추출의 대표성’을 확정하기에 무리가 있다. 온라인 조사 방식을 택했으므로 인터넷을 아예 쓰지 않는 집단은 이번 조사에서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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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트위플 혁명
▷ ‘트위플 혁명’ 선거를 점령한다▷ [트위터 민심] 안철수엔 호감·지지…박근혜엔 반감·비판▷ [주요 관심사] 140자의 정치발언대, 평균 리트위트 26회 ‘교감의 용광로’▷ [트위플은 누구] 트위터 이용 77%가 2030…네트워크를 점령하다
※ 다음회 예고
트위터를 두고 엇갈리는 의견이 있습니다. “소수가 지배하는 정치편향적 공간이다.” “개인이 평등하게 소통하는 민주주의 공간이다.” 어느 쪽에 더 공감하시나요? 트위터의 ‘유력자’ 메커니즘에 답이 있습니다. 2회 ‘리트위트의 힘’에서 함께 살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