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가 119로 걸었던 전화를 장난전화로 오인해 끊은 경기도 남양주소방서 소방관 2명을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다른 소방서들로 인사 조처한 것을 두고 과잉 조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 지사는 이들을 뒤늦게 원직 복직 조처하도록 했다.
김문수 ‘119전화’ 파문
전화응대 2명 인사 6일만에 김 지사 “몰랐다… 철회 요청”
현장 근무 소방관들 “상황실선 관등성명 사문화 응급상황 파악이 우선 맞아”
인터넷선 사건 패러디 봇물
전화응대 2명 인사 6일만에 김 지사 “몰랐다… 철회 요청”
현장 근무 소방관들 “상황실선 관등성명 사문화 응급상황 파악이 우선 맞아”
인터넷선 사건 패러디 봇물
김문수 경기지사가 119로 건 전화를 장난전화로 오인한 소방관 2명이 다른 소방서로 전보됐다는 소식에 ‘과잉 대응 아니냐’는 비판이 누리꾼들과 소방관들 사이에 빠르게 퍼지자,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이들의 전보 인사를 6일 만에 전격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도지사 눈치보기’로 소방관들의 허물만 탓하다가 비판 여론을 불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 지사는 파문이 커지자 29일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를 방문해 전보 인사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사건은 지난 19일 낮 김 지사가 암 환자의 수송체계를 문의하려고 119로 전화를 걸어 소방관의 신분을 확인하려 했던 것에서 비롯됐다. 이를 장난전화로 오인한 남양주소방서 119상황실 소방관 2명이 지난 23일 포천과 가평으로 전보 인사된 사실이 28일 알려졌다. 김 지사는 자신의 신분을 9차례 밝혔다고 했으나, 소방관들은 소방서임을 밝힌 뒤 “무슨 일 때문에 전화를 하셨는지 얘기를 하셔야죠”라며 긴급 상황을 물었던 통화 내용이 28일 인터넷에 공개됐다. 곧바로 누리꾼들은 당시 김 지사가 “나, 도지사 김문수”라며 신분만 되풀이해 말하면서 용건은 밝히지 않았던 것을 풍자해 “나, 이명박인데”, “치킨집 119” 같은 갖가지 동영상을 띄우는 등 여론이 악화됐다.
소방관들은 일반전화를 받을 때는 직책과 성명을 밝히지만, 119상황실에서는 응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려는 취지로 곧바로 전화 건 상대가 놓인 긴급 상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 한 소방관은 “119로 전화 건 사람은 소방관이 누구인지보다 119가 맞는지, 소방서가 맞는지부터 관심을 쏟고 확인하려고 한다”며 “전화 받을 때 관등성명을 대라는 규정은 사문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 지사의 119 전화를 받은 소방관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보다 무슨 용건으로 전화했는지를 거듭 물어본 것도 화재, 추락 등 응급 상황에 맞는 출동대팀을 신속하게 내보내야 하는 업무 특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포천소방서로 전보된 소방관 오아무개(51) 소방위는 논란이 번지자 29일 오전 경기도 누리집 경기넷에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본인이 작성한 게 맞느냐’며 경기넷 사이트에 한꺼번에 접속했고, 경기넷은 이날 하루 내내 먹통이었다.
일선 소방관들 사이에서도 불만을 털어놓는 등 반발 분위기가 퍼졌다. 경기지역 한 소방서장은 “통상 경고나 시정조처를 하고 정기 인사 때 다른 곳으로 발령내는데, 이번처럼 며칠 만에 전격 발령을 낸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하고 “소방관들이 매우 의기소침해 있다”고 전했다. 다른 소방관은 “장난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걸려오는데, 자신의 관등성명을 대는 소방관은 거의 없고 응급 상황을 파악하는 일에 최우선으로 매달린다”며 신분 확인을 요구한 김 지사의 처사와 이를 문제삼은 인사 조처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전보 조처된 한 소방관은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끼며 조심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 지사는 29일 “징계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고 전보 인사가 난 것도 나중에 알았다”며 이양형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에게 소방관 2명의 인사 전보 철회를 지시했고, 이 본부장은 이들의 전보 발령을 철회했다. 인사발령 철회 소식을 접한 한 소방관은 “비판 여론이 뜨거우니 어쩔 수 없이 되돌렸지만, 이미 낙인찍힌 소방관들은 이후에도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며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 수원 남양주/홍용덕 박경만 기자 ydhong@hani.co.kr
경기도 한 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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