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들이 26일 교내에 김정일 추모 분향소를 설치했다가 철거를 요청하는 학교쪽과 치열한 몸싸움 끝에 강제 철거 당했다.
박선아(22·농경제사회학부)씨 등 서울대생 3명은 이날 낮 12시5분께 서울대 학생회관 1층에 분향소 제단으로 쓰일 책상, 향로와 향, 국화꽃 다발을 들고 들어와 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 제단 위에는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손을 맞잡고 만세를 부르는 사진이 영정 사진으로 올려졌다.
하지만 학교 쪽은 곧바로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청원경찰 6명과 직원 등 10여명을 동원해 분향을 막고 제단을 설치한 학생들과 10여분간 설전을 벌이다, 학생들이 몸싸움으로 밀려난 틈을 타서 분향소를 철거했다.
박씨는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언론이나 정부가 추모를 반대하는 것만이 국민들 정서인양 편파 보도를 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추모하려는 국민정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분향소를 설치하게 됐다”고 밝혔다.
분향소 설치가 끝나자 김상범 서울대 본부 학생과장이 “인정할 수 없다”며 철거를 요구했고, 학생들은 “오늘 하루 동안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며 언쟁을 펼쳤다. 김 과장은 “서울대학교 캠퍼스 이용규정에 의해 (미신고된)광고물이나 가설치 부분에 있어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유독 이 시설물에 대해서만 감시를 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것이고, 저희가 전하려고 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그 파트너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대학 본부와 박씨는 23일부터 분향소 설치를 두고 여러 차례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과장은 “분향소가 (학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사항이니 동의할 수 없어 설치하지 말아 달라고 사전에 요청했지만 학생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씨 등 학생들은 지난 23일 오후 2시께 중앙도서관 3층 외부 복도와 학생회관 등 두 곳에 김정일 추모 분향소 설치를 제안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박씨는 대자보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의 공동선언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거 소식에 조의를 표한다.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의 마음을 담은 분향소 설치에 많은 분들의 뜻이 함께 모이기를 바란다”며 학내 분향소를 설치를 제안했다.
서울대 본부는 이날 밤 10시께 청원경찰을 동원해 대자보를 철거했다. 김 과장은 “금요일(23일) 저녁 112에 신고가 들어와 반감도 있고해서 도서관에 붙어 있던 대자보를 떼어냈다”고 말했다.
김정일 추모 분향소 설치를 두고 서울대생들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대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북한 노동자계급의 적에게 명복을 빌어줄 생각이 없다’는 의견 등 분향소 설치에 비판적인 의견이 대체로 많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예의와 교양의 문제’라며 분향소 설치를 옹호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김정일 추모 분향소 설치를 두고 서울대생들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대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북한 노동자계급의 적에게 명복을 빌어줄 생각이 없다’는 의견 등 분향소 설치에 비판적인 의견이 대체로 많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예의와 교양의 문제’라며 분향소 설치를 옹호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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