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형
범인 증언·정황보면 ‘강도짓’
엇갈린 진술·증거 부족 ‘무죄’
엇갈린 진술·증거 부족 ‘무죄’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선 ‘대도’ 조세형(73·사진)이 22일 무죄판결을 받았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사건 공판에는 12명의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정식 배심원단과는 별도로, 사건 취재기자 7명이 ‘그림자 배심원단’으로 참여해 검사와 변호인의 공방을 지켜보고 모의 평의를 통해 그의 유무죄를 판단해봤다.
■ 조씨 “나는 무죄”, 공범은 “함께 범행” 조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은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설범식) 심리로 21~22일 이틀간 열렸다. 앞서 조씨는 공범 2명과 함께 2009년 4월 경기도 부천의 한 금은방에 침입해 주인 일가족을 흉기로 위협하고 현금 30만원 등 금품과 금은방 열쇠를 훔친 혐의(강도상해)로 기소됐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조씨의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가 성립하는지에 모아졌다. 조씨는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다”고 주장한 반면, ‘공범’ 민아무개(47)씨는 “조씨와 함께 범행했다”고 엇갈린 진술을 했다. 결국 누구의 말을 신뢰하느냐에 조씨의 유무죄가 걸려 있는 상황이었다.
사고로 허리를 다쳐 하반신을 못 쓰는 민씨는 법정에서 침대형 의자에 누운 채 조씨와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반면 조씨의 변호인은 조씨가 고령이고 발목 골절로 입원했다가 범행 3개월 전에 퇴원했던 터라 강도짓을 할 몸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에 맞서 검찰은 “2005년 절도 사건에서 조씨가 고령임에도 붕붕 날아다녔다”며 지붕 사이를 뛰어넘어 도주한 적이 있다는 기록을 제시했다. 검찰은 또 조씨와 조씨의 전처인 이아무개(52)씨가 범행 당시 사업을 하다 20억원을 사기당해 14억원을 빚진 상황이라 범행을 저지를 이유가 충분했다는 점도 정황 증거로 제시했다.
■ 결정적 증거 없어 ‘무죄’ 의견 그림자 배심원단에 참여한 기자는 21시간 동안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고심을 거듭했다. 특히 엇갈리는 진술과 부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유무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 난감했다. 누운 채로 “몸이 다친 후 지은 죄를 반성하는 중이며, 마음의 짐을 털어놓고 홀가분해지고 싶었다”고 말하는 공범 민씨의 증언을 거짓말이라고 의심하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점차 무죄 쪽으로 기울었다. 조씨의 유죄를 단정하기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민씨의 증언만 가지고 조씨에게 유죄를 주기는 부담이 컸다. 결국 기자는 그림자 배심원단 모의 평의에서 무죄 의견을 냈고, 모의 평의에 참가한 나머지 6명의 기자도 모두 무죄라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고령이고 몸이 불편한 조씨가 사건 당시 달리고 뛰어내리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하기에 부적합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공범 민씨가 진술을 번복해 범행 가담 경위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조씨가 무거운 처벌을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처음 보는 공범과 범행할 개연성이 적다”며 민씨의 증언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배심원 9명도 전원 무죄로 평결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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