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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신당동 떡볶이는 20세기의 꼬꼬면

등록 2011-12-18 16:45

떡볶이 원조 마복림씨 별세
쇠고기 육수를 닭 육수로 바꿔 라면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꼬꼬면’처럼, 한국전쟁 직후 간장 양념 떡볶이가 전부였던 당시 고추장 양념 떡볶이를 개발한 ‘원조 신당동 떡볶이’의 마복림씨가 지난 13일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1세.

지난 18일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졸인 간장으로 양념을 하던 ‘궁중 떡볶이’가 전부였던 당시에 고추장을 넣은 매운 떡볶이는 우연과 절박함의 합작품이었다.

전라도 광주에서 태어난 마씨는 한국전쟁 직후인 지난 1953년 신당동 골목 한 귀퉁이에서 떡볶이 가판대를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어느날 마씨는 손님을 대접해야 할 일이 생겼는데 집이 누추해 손님을 중국요리집으로 모시게 됐다. 요리에 딸려나온 떡의 간이 싱거워 마씨가 무심코 짜장면 양념에 떡을 찍어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는 것.

그날 이후로 마씨는 양념을 바꾸면 간장 양념 떡볶이보다 더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실험을 거듭했다. 결국, 마씨는 고추장과 춘장 등을 섞어 ‘며느리도 모르는’ 방법으로 만든 양념을 완성했다. 고인이 운영하는 떡볶이 가게는 입소문이 나 손님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1960년대부터는 비슷한 양념으로 떡볶이를 만드는 가게가 주변에 서른 개로 늘어나 ‘신당동 떡볶이 거리’가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마씨의 가게와 양념 비결을 이어 받은 첫째 며느리는 “가난 속에서 아들 다섯을 키워내야한다는 절박함이 더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96년, “고추장 비밀은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라는 고추장 광고 대사로 유명세를 타 손님들이 더욱 늘어나자 가게 주변에 막내아들이 분점을 냈다. 현재 신당동 본점은 양념 제조 비법을 전수받은 첫째·둘째·셋째 며느리들이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집’을 상호로 운영하고 있다. 마씨의 큰손자(33)도 마씨의 생전에 양념 비법을 전수받고 떡볶이집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특별한 병은 없었지만 노환으로 최근 3년여간 병상 생활을 했던 고인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숨지기 전 몸이 크게 쇠약해져 유언도 남기지 못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마씨의 첫째 며느리는 “어머니께서 항상 ‘좋은 양념과 재료를 써야 한다. 손님들에게 아끼지 말고 많이 드려라’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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