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하며 임원 2배로…농산물 판매 아닌 금융부문 강화
전략본부 중심 그룹 통제…“무이자자금·인사권 등 개혁 역행”
전략본부 중심 그룹 통제…“무이자자금·인사권 등 개혁 역행”
조직개편안 ‘임원수 2배로’
금융인력 대폭 늘리면서 농산물 판매쪽은 그대로 중앙회장에 통제권 집중
전략본부가 ‘컨트롤 타워’ 경제-신용 사업분리 역행 정부·노조와 갈등 예고
무이자자금·인사권 등 쟁점 “조직 개편 늦춰야” 주장도 농협중앙회가 국민 세금을 지원받아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임원을 갑절 이상 증원하는 등 조직 상부 인원을 대폭 늘리는 계획을 확정했다. 또 8조원 규모의 ‘무이자자금’ 운용권과 인사권 등 중앙회장 중심의 ‘농협그룹’ 통제권도 유지하기로 했다. 현 정부가 치적이라고 내세우는 ‘농협 개혁’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임원 두 배로 농협중앙회 이사회가 최근 통과시킨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조직 개편 및 정원 조정안’을 보면, 농협중앙회에서 금융지주회사와 경제지주회사가 떨어져나가는 내년 3월2일 이후 중앙회 소속 정원은 지금의 1만8995명에서 4565명으로 1만4430명 줄어든다. 하지만 신설될 금융지주회사와 그 자회사들인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의 인력을 크게 늘리면서, 전체 정원은 2만92명으로 지금보다 1097명 불어나게 된다. 특히 비상임이사를 포함한 임원 수를 지금의 35명에서 72명으로 갑절 이상 늘려, 농협 내부에서는 대대적인 고위직 승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집행 간부인 상근 임원 수도 지금의 26명에서 44명으로 늘리기로 한 가운데, ‘신용사업 부문’ 임원은 8명에서 27명으로 크게 늘리는 반면, 농협 사업 강화의 핵심인 ‘경제사업 부문’은 지금의 8명 그대로 유지한다. 이와 함께 농협그룹 전체의 부장급 자리도 배 이상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농협은 애초 ‘농민 조합원들의 농산물을 판매하는 경제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사업구조 개편을 결정하고, 이를 위해 정부 재정으로 농협의 부족 자본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실제로, 정부는 3조원 자본금의 이자에 해당하는 연 1500억원과 현물출자 1조원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이 막대한 국민 세금을 지원받아서 자기 조직 자리를 늘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농협 사업구조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자회사 및 영업망의 확대 영향으로 농협 조직 상부가 더욱 비대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금융 자회사가 많이 생기면서 불가피하게 인력 정원이 늘어났지만 다른 금융사보다 적게 유지했다”며 “초기에는 임원들의 겸임을 적극 활용해 정원을 다 채우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 자금·인사 통제권 고수 농협의 조직 개편안을 보면, 중앙회의 기존 조직을 일부 축소하면서도 ‘그룹사 총괄 컨트롤타워’라는 전략기획본부 등을 중심으로 전체 농협그룹의 통제권을 강력하게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농협중앙회장의 통치자금’으로 알려진 8조원대의 무이자자금 운용권과 경제지주회사의 인사권까지, 비상근 명예직인 중앙회장의 기존 권한을 그대로 유지해놓았다. 이 때문에 경제사업 부문과 신용사업 부문을 따로 분리해 각각 더욱 강화하자는 농협 개혁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양부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경제사업의 자본과 인사까지 중앙회에서 직접 통할하는 지금의 조직 개편안은 농협 개혁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며 “경제사업 강화의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농협중앙회장과 간부들 중심의 강력한 재벌 그룹이 또 하나 태어난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 정부·노조와 갈등 예고 농협의 정관 승인권을 가진 농림수산식품부도 농협이 마련한 조직 개편안을 대폭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농협과 정부의 갈등이 예상된다. 또 농식품부는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무이자자금의 일부를 경제지주회사로 이관하는 한편, 비상근 명예직의 취지에 맞게 중앙회장 비서실을 폐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이자자금 가운데서도 조합 상호지원자금의 운용 방안과 관련해서는, 회원 조합들의 체질 개선을 위해 전국 1167개 조합의 자본금으로 나눠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농협노조 등은 지금 같은 성급한 사업구조 개편은 농협 조직 전체의 부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애초 일정대로 농협 구조개편 시행 시점을 2017년으로 연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금융인력 대폭 늘리면서 농산물 판매쪽은 그대로 중앙회장에 통제권 집중
전략본부가 ‘컨트롤 타워’ 경제-신용 사업분리 역행 정부·노조와 갈등 예고
무이자자금·인사권 등 쟁점 “조직 개편 늦춰야” 주장도 농협중앙회가 국민 세금을 지원받아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임원을 갑절 이상 증원하는 등 조직 상부 인원을 대폭 늘리는 계획을 확정했다. 또 8조원 규모의 ‘무이자자금’ 운용권과 인사권 등 중앙회장 중심의 ‘농협그룹’ 통제권도 유지하기로 했다. 현 정부가 치적이라고 내세우는 ‘농협 개혁’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임원 두 배로 농협중앙회 이사회가 최근 통과시킨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조직 개편 및 정원 조정안’을 보면, 농협중앙회에서 금융지주회사와 경제지주회사가 떨어져나가는 내년 3월2일 이후 중앙회 소속 정원은 지금의 1만8995명에서 4565명으로 1만4430명 줄어든다. 하지만 신설될 금융지주회사와 그 자회사들인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의 인력을 크게 늘리면서, 전체 정원은 2만92명으로 지금보다 1097명 불어나게 된다. 특히 비상임이사를 포함한 임원 수를 지금의 35명에서 72명으로 갑절 이상 늘려, 농협 내부에서는 대대적인 고위직 승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집행 간부인 상근 임원 수도 지금의 26명에서 44명으로 늘리기로 한 가운데, ‘신용사업 부문’ 임원은 8명에서 27명으로 크게 늘리는 반면, 농협 사업 강화의 핵심인 ‘경제사업 부문’은 지금의 8명 그대로 유지한다. 이와 함께 농협그룹 전체의 부장급 자리도 배 이상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농협은 애초 ‘농민 조합원들의 농산물을 판매하는 경제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사업구조 개편을 결정하고, 이를 위해 정부 재정으로 농협의 부족 자본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실제로, 정부는 3조원 자본금의 이자에 해당하는 연 1500억원과 현물출자 1조원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이 막대한 국민 세금을 지원받아서 자기 조직 자리를 늘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농협 사업구조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자회사 및 영업망의 확대 영향으로 농협 조직 상부가 더욱 비대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금융 자회사가 많이 생기면서 불가피하게 인력 정원이 늘어났지만 다른 금융사보다 적게 유지했다”며 “초기에는 임원들의 겸임을 적극 활용해 정원을 다 채우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 자금·인사 통제권 고수 농협의 조직 개편안을 보면, 중앙회의 기존 조직을 일부 축소하면서도 ‘그룹사 총괄 컨트롤타워’라는 전략기획본부 등을 중심으로 전체 농협그룹의 통제권을 강력하게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농협중앙회장의 통치자금’으로 알려진 8조원대의 무이자자금 운용권과 경제지주회사의 인사권까지, 비상근 명예직인 중앙회장의 기존 권한을 그대로 유지해놓았다. 이 때문에 경제사업 부문과 신용사업 부문을 따로 분리해 각각 더욱 강화하자는 농협 개혁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양부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경제사업의 자본과 인사까지 중앙회에서 직접 통할하는 지금의 조직 개편안은 농협 개혁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며 “경제사업 강화의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농협중앙회장과 간부들 중심의 강력한 재벌 그룹이 또 하나 태어난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 정부·노조와 갈등 예고 농협의 정관 승인권을 가진 농림수산식품부도 농협이 마련한 조직 개편안을 대폭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농협과 정부의 갈등이 예상된다. 또 농식품부는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무이자자금의 일부를 경제지주회사로 이관하는 한편, 비상근 명예직의 취지에 맞게 중앙회장 비서실을 폐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이자자금 가운데서도 조합 상호지원자금의 운용 방안과 관련해서는, 회원 조합들의 체질 개선을 위해 전국 1167개 조합의 자본금으로 나눠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농협노조 등은 지금 같은 성급한 사업구조 개편은 농협 조직 전체의 부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애초 일정대로 농협 구조개편 시행 시점을 2017년으로 연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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