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돈 멋대로 빼쓰고 학생·교사엔 종교활동 강요
CCTV감시 인권침해도…서울교육청 “보조금 중단”
CCTV감시 인권침해도…서울교육청 “보조금 중단”
서울 구로구 연희미용고에서 최근 2년간 학생·교사에게 종교활동을 강요하고 감시카메라로 감시하면서, 교장은 학교재정으로 자녀들을 해외여행 보내는 등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실태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이 입수한 시교육청의 연희미용고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교장 등 학교 관계자들이 학교의 돈을 자신의 주머니에서 꺼내 쓰듯 유용해온 것이 발각됐다. 이 학교의 설립자이자 현 교장인 박재옥씨는 학교 건물을 담보로 8억원을 빌린 뒤 이자는 학교 재정에서 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박 교장은 자신의 자녀 두명을 각각 국제협력팀장과 부팀장으로 허위로 임명시킨 뒤 학교 돈으로 4번에 걸쳐 해외 현장학습에 동행시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단체 7곳에 지난 2년간 내야 할 회비 6327만원을 ‘단체지원금’이란 명목으로 학교에서 내도록했다.
이외에도 탈세 및 비자금 조성이 의심되는 불투명한 회계 관리 내역도 포착됐다. 이 학교는 교내환경공사를 하면서 건설시행사에 공사대금 1억5553만원을 주고도 세금계산서를 받고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았다. 또한 교육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2010년 충남에 수련회장을 지은 뒤, 수련회비로 1억1250만원을 벌어들여 이를 학교 재정에 포함시키지 않고 운영해왔다. 학교 급식비를 학교회계에 포함시키지 않고 담당교사가 개인적으로 관리하기도 했다.
교장은 비리를 저지르지만 학생에게는 기독교 활동을 강요하고, 감시카메라로 24시간 감시하며 통제해왔다. 이 학교는 신입생에게 종교행사에 무조건 참여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아왔다. 서약서에는 “입학 후 기독교 성경 교육 및 예배의식과 주일교회 출석에 충실히 참여하겠으며, 종교활동에 대한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학교는 종교 교육 대신에 들을 과목을 마련하지 않아 학생이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침해되어 왔다. 예배에 참가하지 않거나 지각하는 학생이 나오면, 담임교사가 반성문 형식의 확인서를 쓰도록 한 것도 확인됐다.
이 학교는 학교 내에 감시카메라를 25대 설치한 뒤 모니터를 교무실에 둬 학생들을 감시해왔다. 교육청에서 실태조사가 들어오기 전날, 이 학교는 메이크업 실습실에 설치한 감시카메라를 황급히 철거했다. 또한, 학교 안에서 선도부 학생 34명을 뽑아 학생들의 가방을 뒤지고, 소지품을 압수할 권한을 줘, 선도부는 학생 사이에서 ‘교장의 하수인’이라고 불렸다. 시교육청은 이런 선도부 학생의 권한 남용을 “학생들의 학습권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선도부 선발 규정을 고치라고 학교에 지시했다.
지난 10월 인터넷 등에서 이 학교의 전횡과 비리, 인권침해 사실이 터져나와, 시교육청이 뒤늦게 지난 10월 31일과 11월 1일 이틀간 실태조사를 벌여 이 학교의 비리를 줄줄이 적발했다. 시교육청은 학교장과 행정실장에게 경고 처분을 내리는 한편, 내년도 교직원 인건비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시교육청이 지적한 점을 학교에서 고치지 않으면, 2013년도부터 신입생을 뽑지 못하도록 하는 실질적인 폐교 조치를 밟을 예정이다.
오랜 기간 학교장이 비리를 자행하고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해 왔지만 제대로 단속되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지자, 시교육청의 감독 책임을 묻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시교육청 평생교육과 배만곤 과장은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은 법인이 아니고 개인 재산이라 일반 학교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어 감시가 쉽지 않다”며 “시교육청에서 담당하는 직원도 한 명이고 이 직원이 다른 일도 같이 하느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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