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은 12일,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71·구속 기소) 회장에게서 구명 로비 청탁과 함께 4억여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김재홍(72) 케이티앤지(KT&G) 복지재단 이사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이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4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김상환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유 회장한테서 ‘제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4억여원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김 이사장을 불러 유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는지, 제일저축은행에 대한 검사 무마를 위해 실제 금융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유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관련 계좌 추적 등을 통해 김 이사장의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김 이사장이 유 회장과 수년 전부터 친분 관계를 유지해온 점을 주목하고 제일저축은행 관련 로비 외에도 김 이사장이 추가로 금품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 이사장이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의 사촌오빠인 점을 고려해, 유 회장이 평소 ‘관리용’으로 김 이사장에게 금품을 전달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평소 정·관계 인사들과 교류가 잦았던 유 회장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고위 인사들의 인사청탁 명목으로 김 이사장에게 돈을 줬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이사장과 유 회장은 2~3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며 “제일저축은행 관련 외의 청탁 부분에 대해선 수사중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유 회장은 고객 1만여명의 명의를 도용해 1000억원대 불법대출을 저지르고 은행돈 10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횡령)로 지난 10월 구속기소됐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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