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디자인’을 적용한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모습. 이 건물의 설계가 2001년 9·11 테러 직후 시커먼 화염에 휩싸인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해외에서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용산역세권개발 제공
네덜란드사 설계 주상복합
테러직후 세계무역센터 닮아
회사쪽 “의도 없었지만 사과”
유족들 “선정적 방법” 비판
테러직후 세계무역센터 닮아
회사쪽 “의도 없었지만 사과”
유족들 “선정적 방법” 비판
서울 용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주상복합 아파트의 디자인이 9·11 테러 직후 먼지구름에 싸였던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연상시킨다는 주장이 해외 언론에서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네덜란드 설계회사인 엠베에르데베(MVRDV)는 최근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조성할 23개 초고층 빌딩에 대한 ‘기획설계 결과 보고회’에서 60층(300m)과 54층(260m) 빌딩 2개를 고층에서 구름다리를 잇는 것처럼 하나로 연결하는 ‘클라우드 디자인’ 방식의 주상복합 아파트 설계도를 공개했다. 그런데 네덜란드 신문인 <알헤메인 다흐블라트>는 9일(현지시각) “이 건물이 (9·11 테러 직후의) 트윈타워를 연상시킨다”고 1면에 보도했다. 이후 엠베에르데베 누리집에는 항의와 협박 글이 빗발치면서 “알카에다 추종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자 엠베에르데베는 이날 “9·11 테러를 연상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우리가 왜 그렇게 하겠느냐”며 “단지 구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려 했고, 빌딩 설계에서 흔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그러면서도 “설계도를 보고 마음이 상한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엠베에르데베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쉬 꺼지지 않았다.
9·11 테러로 소방관 아들을 잃었던 짐 리치스는 10일 <뉴욕 데일리 뉴스>를 통해 “거짓말이다. 그들(설계자)은 테러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다. 선을 넘은 처사”라며 “설계가 건물 잔해를 토해내는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너무 똑같다. 유명세를 타려고 선정적인 방법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11일 새벽 현재, <엠에스엔비시>(MSNBC) 여론조사에선 이번 설계에 대해 33%는 ‘9·11을 의도한 것’이라고 봤고, 36%는 ‘9·11과 상관없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30%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9·11을 연상시킨다’고 답해 의견이 나뉘었다.
이 주상복합 아파트 2개동은 세계적인 건축가 대니얼 리베스킨드가 설계한 것으로, 2015년 용산국제업무지구 입구에 들어선다. 리베스킨드는 재건되는 세계무역센터의 마스터플랜을 완성하기도 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