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G 중단 승인’ 제동
“절차적·실체적 위법 여지 있어”
본 재판서 처분 적절성 다툴듯
“절차적·실체적 위법 여지 있어”
본 재판서 처분 적절성 다툴듯
방송통신위원회가 케이티(KT)의 2세대(G) 이동통신서비스 종료를 승인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은 통신정책 주무부처가 소비자 권익을 무시하고 철저하게 사업자 편을 들었다는 게 법원에서 인정된 사건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7일 방통위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방통위 승인으로 2G 가입자 15만9000여명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며 “승인 과정에서 절차적·실체적 위법 여지도 있어 본안 재판에서 판단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케이티의 2G 종료 승인을 놓고 이용자 피해와 민원이 불거져 격론이 일어난 뒤 3 대 2로 표결처리되었다.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종편 등 방송정책과 관련해 표결에 부쳐진 안건은 많지만, 이용자 피해와 관련한 통신정책이 표결에 이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케이티 일부 지사에서 3세대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집 전화선을 끊고, 통화지역을 축소하는 등 중대한 가입자 편익 침해가 발생하고 관련 민원과 보도가 잇따랐지만,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2G 종료 승인을 강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야당 쪽 두 위원은 승인 결정에 앞서 케이티의 가입자 축소 과정에서 불법성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묵살됐다.
방통위의 ‘케이티 봐주기’는 올해 들어서만 두번째다. 감사원은 지난 4월 ‘몰래 정액제’로 고객 몰래 부당요금을 챙겨온 케이티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주의’를 촉구한 바 있다.
더욱이 감사원이 당시 최 위원장에게 “앞으로 민원 제기가 계속될 때에는 즉시 사실 조사에 착수하고 동시에 자료보존도 요청하라”고 요구했지만, 최 위원장과 방통위는 케이티 2G 종료 승인 과정에서 사실상 이를 무시했다. 방통위가 감사원 지시를 무시한 채 특정 기업에 특혜를 베풀다가 법원에 의해 또다시 제동이 걸린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 9월20일 케이티에 “가입 전환 과정에서 허위정보 제공 등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나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통보했지만 이후 방통위에 접수된 관련 민원은 오히려 급증해 1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이 잇따르고 갖은 불법적 전환 유도가 알려졌는데도 방통위가 소비자 피해 여부 조사 없이 서둘러 케이티에 ‘2G 종료’라는 특혜를 베풀었다가 망신을 당한 셈이다.
8일부터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곧바로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개시하려던 케이티의 전략과 이석채 케이티 회장의 입지도 큰 타격을 입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단기간에 2G를 종료하려다가 3번에 걸쳐 퇴짜 맞고 무리한 전환 작업으로 기업 이미지에도 큰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신속한 결정과 추진력이 높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주파수 전략과 2G 종료 과정에서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엘티이도 늦어지면서 ‘게도 잃고 구럭도 잃은’ 꼴이 됐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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