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광화문 광장에서 한-미 FTA 날치기 통과와 경찰의 집회 원천봉쇄를 규탄하는 야 5당 의원들. 출처: @woodstock1000
경찰 광화문 광장 차벽 설치, 지하철 출구 봉쇄 강경 대응
1만명 종각서 모여… “힘없는 사람 더 어려워질 FTA 반대”
1만명 종각서 모여… “힘없는 사람 더 어려워질 FTA 반대”
시민 1만여명(경찰추산 3200명)은 경찰의 원천봉쇄에도 3일 오후 7시40분께 영풍문고 앞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야당 의원들의 에프티에이 반대 발언을 시작으로 시민들의 자유발언과 공연이 이어졌고, 밤 9시10분께 끝났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범국본)는 이날 오후 4시 광화문 광장에서 야 5당과 함께 한미 FTA 비준 무효를 촉구하는 범국민대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경찰의 위헌적인 원천봉쇄로 곳곳에서 시민들과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날 세종로·태평로·종로·청계광장 일대에 경력 114개 중대 8천여명을 배치하고 수백대의 경찰 차량으로 광화문광장과 청계광장 일대에 차벽을 설치해 시민들의 통행을 막았다. 이날 시민 10명이 경찰에 연행됐으며, 연행과정에서 경찰에 맞아 부상을 당한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는 경찰이 차벽을 설치해 통행을 막은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어 경찰의 과잉 집회 방해가 비판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명박 정권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그렇게 꿀리는 것이 많으면 한미 FTA를 폐기하든지,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반대 집회에는 외국인들도 참가했다. 홍익대 어학당에서 어학연수중인 일본인 하마무라(20·여)씨는 “에프티에이는 일본 티피피(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연결 돼 있는데, 에프티에이를 막아내면 티피피도 막아낼 수 있다”며 “에프티에이로 한미관계가 강화되면 남북 분단 해결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 아시아 평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하마무라씨는 한미에프티에이에 찬성한 국회의원 151명의 얼굴 사진이 실려있는 유인물을 들고 있었다. 김혜인(23·성공회대 사회학과4)씨는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할 수도 없고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할 것 같아서 나왔다”며 “에프티에이가 발효되면 돈 없고 힘 없는 사람은 더 살기 힘들어질 것이다”고 걱정했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 등 40여개 노동·사회단체가 모인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민중의 힘)은 오후 2시 서울역광장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무효를 촉구하고 민중생존권 쟁취 민중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출범선언문에서 “한-미 에프티에이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민중의 삶과 기본권을 파괴하고 있다”며 “노동자·농민·도시빈민 등 민중의 생존권을 지키고 사회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하지만, 오히려 현 정부와 한나라당이 마무리된 것”이라며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는 99%를 위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대회 참가자 2000여명은 대회가 끝난 뒤, 도로로 나와 오후 4시로 예정된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 무효 범국민대회에 합류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종로구청 입구와 청계광장 등으로 흩어져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 무효와 이명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의 원천봉쇄에 막혀 청계광장 등에서 한동안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내려 광화문 광장으로 가려던 시민들을 막아서기도 했으며, 이에 항의하는 시민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으로 가려는 길이 막히자, 시민과 대학생 500여명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도로를 통해 광장 진출을 시도했으나 방패를 휘두르는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10명이 연행됐다. 이밖에도 광장 주변 곳곳에서 진입하려는 시민들과 경찰들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청계광장 세종로 사거리 지하도를 지나가게 해달라는 시민들과 경찰 사이에 한동안 실강이가 벌어졌다. 시민들은 경찰이 지하도 통행을 막자 “왜 길을 막냐”며 항의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3시반께 광화문 광장 초입에 이미 들어와 있던 야5당 정치인과 시민 100여명은 집회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을 막는 경찰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권영길 의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은 경찰의 봉쇄를 “명백한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영길 의원은 “합법적인 정당연설회에 참석하기 위한 시민들을 경찰력을 이용해 막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이 목소리마저도 막는다면 이제 시민들은 청와대로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집회는 신고제이지 허가제가 아닌데도 경찰은 (자의적으로) 불법으로 판단하고 정당연설회 역시 불법이라고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종걸 의원(민주당)은 “민주당은 박건찬 종로서장 자작극 진상조사단을 꾸려 국민을 농락했던 당시 사태를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조중동은 종로서장의 자작극을 이용해 시민들을 매도했다”며 “반드시 조중동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시민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던 ‘채증 경찰’과 시민 10여명이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날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 집회는 밤 9시10분께 끝났다.
한편 이날 반FTA 집회는 전주와 울산,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지난달 22일 한나라당의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 통과 뒤 FTA에 반대하는 도심 집회가 계속 이어졌다.
이충신 이경미 정환봉 기자 cslee@hani.co.kr
3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반대집회에서 경찰과 몸싸움 중에 다쳐 피 흘리는 시민. 출처: 네모속의세상보기(@photo_jjang)
3일 지하철 광화문역을 통제하는 경찰. 출처: 네모속의세상보기(@photo_jjang)
경찰은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내려 광화문 광장으로 가려던 시민들을 막아서기도 했으며, 이에 항의하는 시민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으로 가려는 길이 막히자, 시민과 대학생 500여명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도로를 통해 광장 진출을 시도했으나 방패를 휘두르는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10명이 연행됐다. 이밖에도 광장 주변 곳곳에서 진입하려는 시민들과 경찰들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청계광장 세종로 사거리 지하도를 지나가게 해달라는 시민들과 경찰 사이에 한동안 실강이가 벌어졌다. 시민들은 경찰이 지하도 통행을 막자 “왜 길을 막냐”며 항의했다.
3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반대 집회에 등장한 경찰의 최루액 ‘직분사기’. 출처: 낮달(@acamanim)
3일 한-미 FTA 반대 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의 저녁 모습. 출처: @hwangyu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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