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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1년 미제 ‘주검없는 살인’ 결론은 유죄

등록 2011-12-02 20:18수정 2011-12-02 22:41

35시간 마라톤 공방…시민배심원 격론 끝 만장일치 평결
의견 일치 않자 판사 설명 들어 재판부, 공범 2명에 징역 15년
“피고인들이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아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 피고인들을 각 징역 15년에 처한다.”

2일 서울동부지법 1호 법정. 숨죽인 재판정에 판사의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 형(60)은 눈을 감은 채, 죽은 동생 강아무개(당시 40살) 사장의 웃는 얼굴을 떠올렸다. 피고인 서아무개(49)씨는 방청석 의자에 머리를 파묻고 눈물을 흘리는 아내 배아무개(49)씨를 차마 돌아보지 못하고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11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의 피고인들이 30시간 넘는 마라톤 법정공방 끝에 결국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았다. 2000년 강원도 평창군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강 사장의 행방이 묘연해진 뒤 10년 넘게 묻혀 있던 이 사건은 지난해 위암 말기로 죽음을 앞둔 회사 직원 양아무개(59)씨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극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에 걸쳐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은 검찰·변호인·배심원 모두에게 만만치 않았다. 암매장당한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고, 주범 양씨가 경찰에 자백한 뒤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피고인 쪽의 국선변호인은 “경찰이 피해자의 형과 자주 접촉하며 청탁을 받았을 가능성 있다”며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이에 검사는 경찰 조서를 프로젝터에 직접 띄워 배심원들에게 보여주며 “경찰이 증언한 양씨의 자백은 경찰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신빙성이 있다”고 맞섰다.

애초 재판은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지만, 29일 심리가 밤을 꼬박 새워 이튿날 오전 11시에 끝나는 바람에 일정이 예정보다 길어졌다. 증인들의 말을 집중해 듣던 배심원들도 밤이 깊어지자 한두 명씩 조는 사람이 생겨났다. 범행 현장에 있었다고 주장해 중요한 증인 중 한 명으로 주목받았던 직원 김아무개(53)씨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말이 어눌했고 기억이 부정확해 배심원들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재판부도 그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심원 9명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지만 거기에 이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배심원들은 지난달 30일 새벽 6시에 재판부의 심리가 끝나자마자 다시 4시간 동안 평의를 열어 격론을 벌였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자 판사를 불러 설명을 들은 뒤에야 전원이 유죄로 결정했다고 재판부는 전했다. 검토할 증거자료가 많아, 재판부의 판결도 배심원단의 평결이 나온 뒤 이틀이나 지나서야 이뤄졌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설범식)는 이날 피고인들이 강 사장 살해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고 배심원들이 권고한 양형 의견 등을 참작해 김씨와 서씨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피해자의 형에게 ‘시신을 찾아주면 보험금을 나눠달라’는 제안을 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살해 당시의 법령이 규정한 유기징역상 상한선까지 형량을 높인 이유를 설명했다.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제대로 된 직장도 갖지 못한 형 강씨는 “반성하지 않는 피고인들의 모습에 치가 떨리지만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해 그래도 마음이 어느 정도 풀렸다”며 “동생의 시신을 찾아 남은 한을 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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