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윤리위원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현직 판사가 법원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반대 의견을 밝혔다. 윤리위의 가이드라인 제정 방침은 사회관계망서비스의 하나인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최은배(45·사법연수원 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행위를 징계 대상으로 볼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서기호(41·연수원 29기) 서울북부지법 판사는 30일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대법원 윤리위 결정을 접하고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서 판사는 이 글에서 “윤리위원회에서 최은배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라며 “다만 윤리위의 권고 취지에 충분히 공감을 하더라도, 페이스북 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서 판사는 대법원이 가이드라인을 주도적으로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 판사는 “대법원은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는 상부기관으로, 일선 판사들로서는 (가이드라인을) 단순 권고가 아닌 통제지침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페이스북을 자주 이용하는 판사들이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 판사는 법관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판사는 “판사도 인간인 이상 직무와 무관한 사적 영역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누릴 권리가 있다”며 “판사라는 이유만으로 매번 분별력, 품위, 신중함 등의 기준에 신경 써야 한다면, 그래서 특정 언론과 대법원의 눈치를 봐야 한다면 매우 위축되고 불편하고 찜찜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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