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법 개정안 국회 계류
외국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은 식품을 국내에서 그대로 인정하는 ‘동등성’ 규정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전국 1만여 유기농가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농수축산물 시장을 내준 데 이어, 유기농업까지 고사시키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기농 동등성 법제화에 반대해온 환경농업단체연합회(환농연)와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친농연)는 29일 성명을 내어 “유기농 동등성 조항이 포함된 친환경농업육성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동등성 조항을 도입하면 국외로부터 유기원료 수입이 용이해져 아직 유치 단계에 있는 국내 유기농업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국내 유기농업 및 유기식품 산업의 육성 대책을 먼저 내놓으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친환경농업육성법 개정안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유기농 동등성 인정은 상대국의 유기인증을 서로 인정하는 제도로서, 미국과 캐나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와 유럽연합 사이에 도입돼 있다. 유기 가공식품을 많이 수출하는 미국 등의 수출업자들이 우리 정부에 끈질기게 요구해왔으며, 미국 쪽은 이유식에 들어가는 유기원료, 유기농 포도·블루베리 등의 수입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2006~2008년 유기 가공식품은 연평균 1만5142t이 수입됐는데, 이 가운데 미국산이 4071톤(26.8%)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연합산이 2925t으로 뒤를 이었다.
박종서 환농연 정책국장은 “에프티에이 개방 이후 우리 농정이 가야 할 방향은 친환경 유기농일 수밖에 없는데, 유기농 동등성 인정으로 미국 등지의 가공식품이 대거 들어올 수 있는 길을 터놓으면 아직 힘이 약한 우리 유기농업은 고사당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지금도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고 표시한 외국 유기식품이 들어오고 있다”며 “동등성 조항을 도입하면 까다로운 국내 인증제의 적용을 받게 돼 수입관리가 더 엄격해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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