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비장애인 어울려 공연하는 극단 ‘파전’
‘이전 것 깨뜨리자’는 뜻담아 작명
대학생 20여명이 ‘매직타임’ 공연
장애 인정한 튀는 발상으로 연출
‘이전 것 깨뜨리자’는 뜻담아 작명
대학생 20여명이 ‘매직타임’ 공연
장애 인정한 튀는 발상으로 연출
“장애 극복이 아니라 장애를 활용한 연극이죠.”
새달 21일부터 사흘간 서울대 두레문예관에서 <매직타임>을 공연하는 극단 ‘파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대학생들로 구성된 독특한 문화공동체다. 극단 이름 파전에는 ‘기존의 것을 깨뜨리자’는 뜻이 담겨 있다. 서울대·선문대·한국외대 학생 20여명이 참여했다.
제임스 셔먼 원작의 <매직타임>은 셰익스피어의 희극 ‘햄릿’의 마지막 공연을 앞둔 연극 배우들의 무대 뒤 평범한 일상을 다룬 극중극 형식의 작품이다. 기획을 맡은 김원영(28·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생·사진 아랫줄 왼쪽 첫번째)씨는 29일 “기존 장애인 예술이 담아내지 못하는 예술 양식과 관람 방식을 고민하다 이 작품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 10여명 가운데 4명이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탄 햄릿과 오필리어가 등장한다. 기존의 장애인 연극에서는 장애인 배우가 비장애인 배우와 같은 배역을 소화해냄으로써 장애를 극복한 사례로 찬사를 받곤 하지만, ‘매직타임’은 장애인의 인간 승리를 그리지도 않고 장애를 부각하지도 않는다. 오필리어역을 맡은 정원희(21·서울대 경영학과·아랫줄 오른쪽 첫번째)씨는 “비장애인 위주로 구성된 학내 동아리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못해 아쉬웠다”며 “장애인의 특성을 살린 표현을 찾는 기획 의도가 너무 마음에 들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연출진과 배우들은 장애를 인정하고 활용한 톡톡 튀는 장면을 만들어내기로 했다. 특히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칼싸움 장면을 어떻게 박진감 넘치게 보여줄지 고민했다. 배우들이 중증장애인으로 팔을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민 끝에 휠체어를 탄 배우들이 마치 기마병이 말을 타고 상대편을 향해 달려가며 싸우는 장면으로 연출하기로 했다. 배우들이 휠체어 뒤에 타고 휠체어를 전차처럼 활용해 싸우는 장면도 일반 배우들이 생각해내기 어려운 발상이다.
연출을 맡은 김남기(28·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산림과학부·윗줄 왼쪽 두번째)씨는 “아직 장면 구성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비장애인 배우들이 무대에 선 채로 싸우는 것보다 훨씬 더 위압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을 표현해내고 있다”며 기대를 부풀렸다.
극단 파전은 또 스마트폰과 이어폰으로 시각·청각 장애인에게 연극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시설을 무대와 객석에 설치할 계획이다. 또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공연장에 쉽게 입장할 수 있도록 무대 객석을 정비하고, 서울대 입구역에서 공연장까지 장애인용 버스도 운행할 계획이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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