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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진속 엄마와 아들은 다정하건만…

등록 2011-11-25 20:19수정 2011-11-25 22:54

고3 학생의 어머니 살해 및 시신 유기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광진경찰서 수사관들이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25일 오후, 이 사건으로 구속된 지아무개(18)군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고3 학생의 어머니 살해 및 시신 유기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광진경찰서 수사관들이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25일 오후, 이 사건으로 구속된 지아무개(18)군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엄마 살해 고교생 현장검증
거실 양쪽 책장은 토익·교양서적 등으로 빼곡
아버지 “아이 엄마가 7살때부터 매로 다스려”
면회 온 교사는 ‘극단으로 내몬 교육현실’ 비판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24일 구속된 지아무개(18·고3)군이 시신을 8개월 동안 방치했던 서울 광진구 구의동 자택. 25일 현장검증이 진행된 이곳에서는 치즈가 썩는 것 같은 냄새가 집 창문을 타고 흘러나왔다. 집 거실 양쪽 벽에는 참고서, 토익책, 영어소설 등이 빼곡히 꽂혀 있는 책장이 놓여 있었다. 언어·수리·사회탐구 등 영역별 공부방법을 정리해 벽에 붙여놓은 종이엔 “사교육 소용없다”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어머니 박씨의 독사진과 모자가 함께 찍은 사진 3장도 거실 한쪽 액자 속에 있었다. 지군은 어머니를 죽인 뒤에도 어머니와의 다정했던 시절을 찍은 사진을 치우지 않았던 것이다.

충격적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하루가 지난 뒤, 아버지와 고모, 학교 교사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범행 동기를 유추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조금씩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지군이 어릴 때부터 어머니한테 학대를 당했으며,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었지만 외로워했다고 전했다.

지군의 아버지 지아무개(52)씨는 25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엄마가 7살 때부터 아이를 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애가 7살 때 씻겨주려고 종아리를 걷었는데 매 자국이 보여 놀라 옷을 벗기니 엉덩이가 시퍼렜다”며 “애 엄마가 매로 다스려야 한다며 홍두깨로도 때리고, 물건을 던져 애 머리에 피가 철철 흘렀던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또 지씨는 지군이 엄마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초등학교 3학년 방학 때 애가 한자리에서 16시간 동안 공부를 하고 밥도 책상에서 먹었어요. 경시대회에서 금상도 타고, 초등학교 6학년 때 토익을 봤는데 900점이 넘었죠.”

지씨는 아들이 엄마를 살해하던 상황을 아들로부터 전해들었다. 엄마는 지군의 공격을 받으면서 “아들아, 이러면 너 정상적으로 못 살아”라고 하자, 지군은 울면서 “엄마는 몰라, 엄마는 내일이면 나를 죽일 거야”라며 공격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또 지군은 형사가 엄마 시신이 있던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던 순간, 지씨에게 “아빠, 무슨 일이 있어도 나 안 버릴 거지”라며 지씨를 껴안았다고 한다.

지군이 다닌 ㄱ고교의 한 교사는 이날 경찰서에 구속된 지군을 면회하고 왔다고 했다. 이 교사는 아이를 극단으로 몰고 간 교육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면회 때 지군이 주변 사람을 걱정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8개월간의 지옥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후련해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심리적 압박과 특수한 가정환경이 겹쳐 일어난 일”이라며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질렀지만, 아무도 아이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지군의 학교생활은 큰 문제가 없었다”며 “내가 3월에 집에 찾아갔을 때 눈치를 챘다면 8개월이나 그렇게 지옥같이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지군의 고모 지아무개(46)씨는 “애 엄마가 외가와도 우리와도 연락을 끊었고, 지나치게 자기 교육 방식을 고집하면서 아이를 힘들게 했다”며 “아빠가 없어 아이가 외로웠고, 친구들한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학교 선생님이 아버지에게 애가 수험표를 안 찾아간다고 전화해, 아버지가 수능시험 봐야 한다고 화를 내서 시험을 본 거지 뻔뻔하게 엄마 죽이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시험을 보러 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지훈 정환봉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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