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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판검사 닦달에…부모 기대 부담감에…

등록 2011-11-24 20:36

빗나간 교육열, 끊이지 않는 비극
‘공부 스트레스’로 인한 가족 내 갈등이 가정파탄이나 부모 살해 등으로 연결되는 일은 최근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21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성동구 하왕십리동 집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러 잠을 자던 할머니(71), 아버지(46), 어머니(38), 여동생(9) 등 4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이아무개(13)군을 붙잡았다. 이군은 당시 경찰조사에서 “평소 춤추는 것과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판검사가 되기 위해 공부만 하라며 잔소리와 욕설을 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5월 성동구 성수동에서는 고등학생 김아무개(17)군이 “학교에 결석한다”고 나무라는 어머니 박아무개(51)씨를 때려 숨지게 하고 사흘 동안 주검을 집에 방치한 사건이 일어났다. 김군은 어머니 박씨가 출근하지 않는 점을 수상히 여긴 직장 동료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2009년 1월 인천 서부경찰서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부담을 느꼈다”며 청부살인업자에게 “가족을 살해해달라”고 의뢰한 혐의로 19살 영국 유학생을 구속했다. 대학생 김아무개(21)씨는 2009년 10월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의 집에서 학교성적표를 보고 꾸짖는 아버지(53)를 흉기로 살해하고 넉 달 동안 주검을 안방에 방치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과도한 교육열이 가정불화를 빚어 이혼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재판장 박종택)는 지난 9월28일 16살 아들의 학교 시험 성적이 기대 수준보다 아래일 경우 “살아봤자 사회에 쓰레기가 된다”는 식의 폭언을 쏟아붓는 등 비정상적인 교육열을 보인 아내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등 청구’ 소송을 낸 김아무개(49)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부인 김씨가 교육을 명목으로 자녀에게 인격모독과 폭행을 가했고,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남편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등 혼인파탄의 근본적인 책임은 아내에게 있다”며 “두 사람은 이혼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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