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었던 소수의견
북한 반국가단체성에 문제 제기
업무상 재해 범위 확대 등 소신
* 독수리 5형제 : 박시환·김지형·이홍훈·전수안·김영란
북한 반국가단체성에 문제 제기
업무상 재해 범위 확대 등 소신
* 독수리 5형제 : 박시환·김지형·이홍훈·전수안·김영란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대법관들은 소부에서 사건에 대한 의견이 갈리거나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전원합의체를 연다. 이 자리엔 대법원장을 비롯한 14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법원행정처장을 뺀 13명이 참여한다.
여기서 나온 다양한 의견은, 비록 다수의견으로 채택돼 판례가 되지 않더라도, 새로운 법해석의 열쇠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박시환·김지형·이홍훈·전수안·김영란 대법관 등 참여정부 때 임명된 다섯 명은 자신들이 관여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10건 중 2건꼴로 소수의견을 내어, 다양한 법해석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됐던 소수의견은 민간 통일운동단체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간부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판결에서 나왔다. 당시 대법원은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유죄를 선고했지만, 박시환·김지형·이홍훈·전수안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특히 박 대법관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그동안 법학계에서 논의돼온 소수의견을 대법원 판결에 반영했다. 그는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은 북한이 갖고 있는 한쪽 측면에 불과한 것으로, 대한민국과 교류·협력하면서 남북의 공존을 지향하는 부분 역시 병존한다는 걸 인정하고, 반국가단체적 측면과 직접 연관되는 사항에 한해 처벌을 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남긴 것이다.
철도노조 파업 사건에서도 소수의견을 통해 노동권 해석의 폭이 넓어졌다. 대법원은 출근거부 등 비폭력 파업이 당연히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했지만, 철도노조의 경우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근로제공을 거부했기 때문에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유죄 판결했다. 하지만 박시환·김지형·이홍훈·전수안 대법관은 “점거농성·폭행 등의 폭력적 수단이 없었음에도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파업을 했기 때문에 업무방해가 성립된다면, 시간 외 근로 거부, 정시 출·퇴근 등 ‘준법투쟁’도 여전히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는) 일할 의무를 형벌로써 강제하는 것과 같다”고 반대의견에 썼다.
업무상 재해를 따질 때 ‘업무’의 범위를 넓히는 의견도 나왔다. 대법원은 승용차로 출근하다 교통사고로 숨질 경우 이는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김영란 대법관 등 4명은 “근로자의 출·퇴근 행위는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합리적 방법과 경로에 의한 출·퇴근이라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다고 보고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소수의견을 작성했다.
이 밖에도 다섯 대법관은 ‘삼성 엑스(X) 파일 사건’에서 언론의 사회적 감시기능 등을 이유로 무죄 의견을 냈고, 분쟁사학인 상지대의 이사회결의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도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임시이사의 이사회 결의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