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비리 여론 무마용 억지기부와 비교
“이런게 국격…자부심 느끼게 해” 박수
“이런게 국격…자부심 느끼게 해” 박수
“안철수의 반띵정신, 같은 반띵인데 이리도 느낌이 다를 수 있나? 국격을 높여준 반띵으로 평가하는 바다. 자부심을 느끼게 해줬다.”(트위터 lifeinbach)
안철수 원장의 1500억원 사회환원 사실이 알려진 14일 인터넷과 트위터에선 일부 재벌 총수와 정치인들의 사재 출연과는 “격이 다르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정치 참여를 위한 계산된 기부”라는 일부의 곱지 않은 시선은 이런 찬사에 묻히고 말았다.
국내에서 기업가들이 거액의 사재를 생전에 사회에 환원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늘 ‘생색내기용 억지기부’, ‘돈으로 면죄부를 산다’는 비판이 따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6년 2월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인 8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건 없는’ 사회환원이라고 강조했지만,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통한 편법 증여와 엑스(X)파일 사건 등으로 촉발된 삼성 비판 여론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2006년 4월 1조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 부자가 지닌 글로비스 주식 2250만주를 포함해 사재 1조원을 내놓기로 했지만 이는 검찰 수사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 회장은 2007년 이후 조금씩 사재를 출연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생발전을 제기하고 나서자 지난 8월 5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한꺼번에 사회공헌재단에 내놓았다.
국내 대표 재벌 총수들이 이런 모습을 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부자들이 고통분담에 앞장서야 한다며 ‘부자증세’를 주장하고 나선 세계적 자산가 워런 버핏, 자선사업단체인 ‘게이츠 재단’을 설립한 이후 280억달러를 기부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미국의 부자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정치적 의도 여부를 떠나서 사재 1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안철수 원장은 국내 기업가들의 사회환원 사례에서도 일찍이 없던 사례를 만들고 있다.
구본권 이재명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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