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들 ‘법인정관 성토’
서울대가 내년 1월부터 국립대 법인으로 전환할 예정인 가운데, 서울대 교수들이 법인 정관 확정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와 인문대에 이어 자연과학대도 지난 11일 긴급 교수간담회를 열어 법인화 문제점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서울대 교수들은 법인 정관 초안에 총장과 이사회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학문 자율성이 침해되고 기초학문이 고사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자연대 교수들은 간담회에서 교육·연구 자율성 규정과 기초학문진흥 대책이 법인 정관 초안에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교수들은 △이사 선임 때 기초학문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 포함 △기초학문진흥기금 조성 △기초학문진흥위원회 구성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헌수 자연대 기획부학장은 “이번 주말께 오연천 총장에게 간담회에서 나온 대안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문대 교수들도 지난달 27일 간담회를 열어 법인 정관 초안을 놓고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8일 오 총장에게 의견서를 보냈다. 인문대 교수들은 법인 정관 초안의 모호한 규정들과 불확실한 재정확보 방안 등을 문제 삼았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도 지난달 28일 소속 교수들의 의견을 모아 법인 정관 대안을 만들어 대학본부에 전달했다. 교수협은 현행 서울대 법인화법과 법인 정관 초안이 평의원회(평교수로 구성된 기구로 대학발전과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을 최종 심의·의결하는 기구)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총장과 이사회의 권한만 강화하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교수협은 평의원회가 주도적으로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총장후보추천 과정에서도 교내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 등을 요구했다. 호문혁 교수협 회장은 “법인화법과 정관 초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이사회 지배 아래서 교수들이 원활한 의사소통과 자유로운 학문 연구를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며 “총장과 이사회를 견제하기 위해 평의원회를 대의기구로 격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교수협 등 교직원들이 낸 의견을 수렴해 학장단회의와 법인설립실행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면서도 “총장 선임과 관련한 절차는 정관에 규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대 본부는 빠르면 이달 말 법인 정관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다음달 중순께 이사와 감사 선임 절차를 거쳐 다음달 말 정관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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