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농협중앙회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전국농협노동자 결의대회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 농협중앙회 앞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농협법 전면 재개정과 최원병 현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농협회장의 ‘통치자금’ 실태
“지원없인 유지 안돼”…선거 의식한 선심성 자금 악용
2009년 간선제 이후 심화…최원병 회장 퇴진요구 빗발
“지원없인 유지 안돼”…선거 의식한 선심성 자금 악용
2009년 간선제 이후 심화…최원병 회장 퇴진요구 빗발
농협의 무이자 자금은 농협중앙회와 자회사의 고위층, 지역 조합장들, 그리고 정치권을 공통의 이해관계로 묶어주는 ‘화수분’ 구실을 한다.
많은 읍·면지역 조합들은 무이자 자금을 받지 않고는 경영 유지가 어렵다. 그래서 발이 닳도록 중앙회를 찾아가 자금을 더 많이 달라고 로비한다. 지역구 의원들은 중앙회장이나 고위직에게 자기 지역구 조합을 잘 봐달라고 청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농촌 지역에서 표와 자금을 쥐고 있는 지역조합장의 위세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중앙회장은 조합장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자기 편으로 회유하고, 때로는 자금을 빼겠다고 위협도 한다. 그렇게 권력 유지를 위한 표를 차곡차곡 모은다.
하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무이자 자금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굴러가는 동안, 정작 주인인 농민 조합원들은 파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범수 농림수산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장은 “무이자 자금의 상당액이 농기계 구입이나 지역특색사업 등으로 쪼개서 지원되다 보니 정작 농촌에서는 선거를 의식한 조합장의 선심성 자금으로 전락한다”며 “조합 상호지원자금 4조원만 경제사업에 제대로 투입해도, 국내 농산물 시장의 절반을 농협에서 장악해 농산물 가격 안정과 농가 소득 향상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이면서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중앙회와 22개 자회사의 인사 전권을 행사하는데다, 7조~9조원의 무이자 자금을 전국 조합들에 임의로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병 현 농협중앙회장은 2007년 12월 취임하면서 무이자 자금을 투명하게 운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간선제가 확정된 2009년 이후 오히려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 조합들에 무이자 자금을 집중 집행해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농협 노조 쪽은 오는 18일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산물 판매사업 등에 써야 할 무이자 자금이 최 회장의 연임을 위해 악용됐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해 전체의 지원 금액이 집계된 2009년치를 기준으로 보면 137억원 이상을 지원받은 상위 50개 조합 가운데 ‘대의원 조합’이 절반을 넘는 26개나 차지했다. 770억원의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은 완도농협과, 3위와 4위를 기록한 경북 영주농협(260억원)과 전남의 해남옥천농협(256억원)이 모두 대의원 조합들이었다. 완도농협과 해남옥천농협은 무이자 자금 지원이 중단되면 곧바로 적자로 전환될 정도로, 수익성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지원의 공정성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주농협은 지난해 3월 선거과정에서 한 후보가 10만원 식사대접을 하다가 적발됐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 무이자 자금 지원 중단 통보를 받았지만, 2006년 선거법 위반으로 조합장 당선자 등 15명이 한꺼번에 구속된 경남 하동 금오농협은 지난해까지 꾸준히 200억원대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전주농협은 중앙회를 항의 방문한 뒤에야 지원 중단 결정을 취소받을 수 있었다. 조합원 국외여행이나 상품권 구입 같은 데 무이자 자금이 적잖이 쓰인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내부 여유자금을 회원 조합에 과다하게 배분하는 것은 중앙회와 회원조합한테 독이 될 수 있다”며 “조합 상호지원자금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농협의 혁신 의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평가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양부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상임대표는 “조합 상호지원자금 4조원은 내년에 새로 출범하는 농협 경제지주로 넘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노숙인 야구방망이로 위협해…‘소설 같은 조서’로 거리서 ‘범인 만든’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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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내부 여유자금을 회원 조합에 과다하게 배분하는 것은 중앙회와 회원조합한테 독이 될 수 있다”며 “조합 상호지원자금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농협의 혁신 의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평가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양부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상임대표는 “조합 상호지원자금 4조원은 내년에 새로 출범하는 농협 경제지주로 넘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노숙인 야구방망이로 위협해…‘소설 같은 조서’로 거리서 ‘범인 만든’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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