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쌍용자동차 퇴직자 차아무개(가명)씨의 아내 오아무개(˝)씨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로 분당 차병원 영안실 밖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모여 장례 일정 등을 의논하고 있다. 성남/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아내 죽음 뒤늦게야 안 쌍용차 희망퇴직자의 비애
돈벌이 간 아빠 휴대폰 고장 이틀 지나서야 문자 확인
딸은 5살 동생을 안고 두 번의 밤을 지새웠다
믿을 수 없는 슬픔 앞에 아빠는 입술만 깨물었다
돈벌이 간 아빠 휴대폰 고장 이틀 지나서야 문자 확인
딸은 5살 동생을 안고 두 번의 밤을 지새웠다
믿을 수 없는 슬픔 앞에 아빠는 입술만 깨물었다
엄마가 이틀 동안 일어나질 않았다. 효은(가명·12)이는 아빠한테 “엄마가 잠들어서 일어나질 않아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도 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안내 음성만 돌아왔다. 효은이는 엄마가 토해 놓은 밥 냄새가 진동하는 집안에서 5살짜리 동생을 안고 아빠가 올 때까지 이틀 밤을 지새웠다.
쌍용자동차 희망퇴직 노동자 차진우(가명·40)씨의 아내 오선민(가명·41)씨가 지난 6일 강원도 원주 자신의 집에서 숨졌다. 오씨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차병원 장례식장에서 11일 만난 남편 차씨는 “아내가 평소에 밥을 잘 안 먹다가 이날 밥을 먹어 급체한 것 같다”며 “병원에서는 구토를 하다 토사물이 기도를 막아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지냈던 차씨는 6일부터 휴대전화가 고장 나 연락이 안 되다 8일 오전에 휴대전화를 고치고 나서야 딸의 문자를 봤다. 차씨는 그길로 곧장 충남 천안에서 원주로 달려가 아내의 주검을 수습했다. 그는 “딸의 문자만으로도 무슨 일인지 감이 왔었다”고 말하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차씨는 15년간 쌍용차에서 일하다, 2009년 정리해고자들과 77일 동안 파업투쟁을 같이 한 뒤 희망퇴직했다. 그는 쌍용차 공장이 있는 경기도 평택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아내 오씨가 하던 옷가게를 정리하고, 연고도 없는 원주로 이사했다.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차씨는 가족과 떨어져 천안 일대의 공장을 전전하며 월 120만원 정도를 벌었다. 카드모집인 일을 시작한 아내의 벌이는 더 시원치 않았다.
쌍용차 노동자였다는 이유로 차씨를 거절한 업체도 있었다.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보던 차씨는 아내의 죽음을 안 날(8일)에도 벌이가 낫다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 덕트를 설치해주는 업체에 면접을 보러 가기로 되어 있었다. 차씨와 쌍용차에서 10년을 같이 근무하고, 파업 사태 뒤 천안에서도 함께 일한 쌍용차 무급휴직자 김승호(40)씨는 “차분한 성격에 말수가 적고, 아내와 아이들을 굉장히 좋아해 한달에 한두번밖에 못 보러 가는 걸 힘들어했다”며 “희망퇴직 뒤 생활고로 나처럼 빚이 많았다”고 말했다.
딸 효은이는 엄마의 죽음에 충격이 커 보였다. 아빠가 옷을 가지러 집에 가자고 했지만, 효은이는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이날 빈소에서 만난 ‘와락’(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공간)의 권지영 대표는 “엄마의 주검과 이틀 동안 같이 있으면서 심하게 놀랐을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장례를 치른 뒤 와락에서 효은이의 심리상담을 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이 지난 7월1일 경기 김포 영화사 주변 숲길을 함께 걷고 있다. 김경호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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