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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협동조합 은행이 투자자 소유 은행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

등록 2011-11-01 21:35

존스턴 버챌 스털링대학 교수
존스턴 버챌 스털링대학 교수
아시아미래포럼 연사에게 듣는다 ④
스코틀랜드 스털링대학의 존스턴 버챌(60) 교수는 세계 협동조합계의 석학으로, 국내에는 <21세기의 대안, 협동조합운동>이란 저서가 번역돼 있다. 버챌 교수는 포럼 이틀째인 16일 ‘새로운 키워드, 협동조합’ 세션에서 ‘협동조합이 자본주의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큰 주제를 다룬다. 전자우편으로 그와 생각을 나눠보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협동조합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 협동조합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1금융권인) 여러 협동조합은행과 (2금융권의) 신용협동조합은 (글로벌 파생금융상품 투자가 아니라) 조합원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조합원들을 위한 소매금융에 집중한다. 리스크가 낮은 대안금융 구실을 이미 충분히 해내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협동조합이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고, 소매업에서는 소비자협동조합이 대형 슈퍼마켓체인의 독과점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다. 노동자들이 기업을 소유하는 노동자협동조합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협동조합이 경제위기에 특별히 강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조합원 소유 기업이라는 협동조합의 속성 자체가 자본주의의 통상적인 투자자 소유 기업보다 리스크에 강한 체질을 만든다.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처럼 주식을 거래해 투자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빨리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조합원들을 희생하는 경영을 하지 않는다. 협동조합은 경기와 상관없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업을 도모한다. 그렇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유럽의 대다수 협동조합은행은 금융소비자들의 손으로 세워졌다. 협동조합은행이 통상적인 투자자 소유 은행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내가 특정 은행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면서 동시에 주주라고 상상해보라. 이사회 구성원도 내 손으로 선출한다. 그 은행이 얼마나 안전하겠는가? 충성고객이 늘어나지 않겠는가?”

-협동조합은 자금 조달 등에서 구조적 약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외부자금 조달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주식거래 차익을 기대할 수 없으니, 외부의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턱이 없다. 그래서 많은 협동조합은 내부 적립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스스로 은행을 세워 지역 주민의 예금을 유치하거나, 조합원들의 출자를 늘리는 방법이다.”

-한국에서는 협동조합으로 기업을 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조차 잘 형성돼 있지 않다.


“한국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현상이다. 사람들은 투자자가 소유하는 자본주의 기업 말고는 사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흔히 생각한다. 눈앞에 잘 굴러가는 협동조합을 보면서도 (협동조합인 줄) 인식하지 못한다.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가르치는 전문가들의 문제가 크다. 농업과 금융, 소매업 등 여러 사업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무심하다. 간명한 메시지 전달을 통해 협동조합을 쉽게 홍보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버챌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를 나와 요크대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주택조합 실무책임자 등을 역임했으며, 1998년 메이지대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해 일본 협동조합 운동을 둘러봤다. 그는 “협동조합은 사회적 기업보다 더 큰 범주의 개념”이라며 “협동조합은 때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지만, 기본 소임은 조합원들의 요구를 총족시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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