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산업미술대학원생 이종길(31)씨
‘성명표시권’ 승소한 홍대 대학원생 이종길씨
이씨가 도안한 김치냉장고 패턴
‘해외 디자이너’ 이름 붙여 홍보
법원 “성명표시권 침해했다”판결
이씨가 도안한 김치냉장고 패턴
‘해외 디자이너’ 이름 붙여 홍보
법원 “성명표시권 침해했다”판결
“이런 일들이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이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가 또 발생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작업실에서 만난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생 이종길(31·사진)씨는 “나를 단순히 대기업 횡포의 피해자로 바라보지 말아달라”며 “디자이너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법정에서 삼성과 대등한 관계로 잘잘못을 가린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삼성이 내가 디자인한 김치냉장고 패턴을 외국의 디자이너 카렌 리틀이 디자인한 것처럼 홍보해 성명표시권을 침해당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지난 2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3부(박희승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이씨의 기존 디자인을 기본으로 가공한 디자인은 이씨의 창작물이므로 디자인에 관한 성명표시권은 원고에게 귀속된다”며 “삼성전자가 이씨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008년 3월 대학원에 입학하며 ‘유니크모토’라는 1인 회사를 만든 이씨는 2009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와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패턴디자인(무늬)을 제공하는 용역계약을 맺고 일해왔다. 이씨는 이 기간 중 자신이 제작한 ‘퀸스가든’ ‘바람꽃’ ‘세잔느2’ 등 3개 패턴에 대해 삼성이 성명표시권을 침해했다고 문제를 삼았다.
“제 디자인이라 포트폴리오를 만들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는데 카렌 리틀이란 이름이 나오는 거예요. 자존심이 상했죠.”
지난해 8월 삼성전자는 ‘2011년형 지펠 아삭 김치냉장고’를 출시하며 인터넷 광고와 백화점 카탈로그에 패턴디자인의 제작자가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카렌 리틀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씨는 바로 광고 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서 이겼고,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다.
그는 “법정에서 듣기로 카렌 리틀은 많은 돈을 받은 것 같던데 내 경우는 공개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라며 “디자인 업계가 하청구조인데 기업은 외국 유명디자이너는 비싸게 대우하고 국내 디자이너들은 자기 권리 챙기기도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법원 판결이 난 뒤 삼성전자는 29일 공식블로그에 “이씨와 디자인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디자이너 카렌 리틀이 렌더링(디자인 작업)한 문양을 국내 정서에 맞도록 수정·발전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이씨의 디자인 특성이 가미된 것을 간과하고 이름을 병기하지 않아 성명표시권을 침해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최우리 이승준 기자 ecowoori@hani.co.kr
글·사진 최우리 이승준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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